한국의 마크 주커버그, 표철민대표의 성공과 좌절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2011.03.2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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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People/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한국 위젯업계 1위 위자드웍스의 최고령 직원은 33살이다. 20여명의 직원 대부분이 20대다. 이 회사의 표철민 대표 역시 27세. 젊은 나이지만 그는 올해로 12년차 CEO다.

어떤 사람들은 표 대표를 '한국의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설립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표 대표는 15살 중학생 시절, 자신이 산 독도 도메인(tokdo.co.kr)을 독도사랑동호회에 기증해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다. 당시에는 도메인 열풍이 불던 시기였다.



이를 계기로 16세 때는 다드림커뮤니케이션이란 도메인 대행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웹서비스 회사인 ㈜위자드웍스와 게임회사 ㈜루비콘게임즈의 대표를 맡고 있다.

위자드웍스가 개발한 위젯이 큰 인기를 끌고 한국 대표의 위젯 회사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지난 2009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표 대표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젊은 기업가 25인'에 꼽기도 했다.





젊은 CEO, 표철민의 성공과 좌절

표철민 대표의 얼굴은 마냥 유쾌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성공과 좌절의 순간마다 사람들로부터 받는 눈총에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칭찬하는 소리가 커질수록 반대편에서 시샘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이에 대한 질시가 아직은 어린 그의 가슴을 후벼팠다.


위젯으로 한때 승승장구하던 그였지만 지난해에는 시류를 읽지 못해 고전했다. 국내에서는 뜨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대세는 스마트폰이었고 모든 벤처 아이템은 모바일에 맞춰졌다.

위자드웍스는 결국 남보다 한발 늦게 스마트폰시장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자체 아이템을 개발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저 기술력으로 다른 업체의 앱을 만들어줄 뿐이었다. 위젯 같이 작은 창 만들기가 주력사업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시장 적응이 빠를 수 있었다.

회사 내부적인 어려움도 겪었다. 학내 벤처회사로 시작한 위자드웍스가 저작권에 무지해 직원들이 설치한 불법 소프트웨어로 60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했고, 회사를 차리겠다고 나간 직원들의 주식을 되사들이느라 8000만원이 날아가기도 했다. 벤처사업에서는 큰 지출이었다.

위자드웍스는 주력사업이었던 위젯에서 모바일앱 개발로 사업 방향을 틀어 공격적으로 앱시장을 뚫고 있다.

"여기에 오기까지 얼마나 고생하고 힘들었는지 알아요. 단칸방에서 개발자들과 팬티만 입고 라면만 먹으며 며칠을 지내기도 했어요. 그땐 앞으로 얼마나 어렵고 힘들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지금은 조금 달라요. 그 경지에 오르기까지 내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할지 알기 때문이죠. 새로운 도전은 두렵습니다. 그만큼 더 준비해야겠죠."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재무장

표 대표는 현재 모바일을 이용한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 중이다. 모바일에서 쓰는 익명 게시판이 그것.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하는 건 많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적합한 애플리케이션이죠."

이 아이디어는 디씨인사이드의 익명 게시판에서 착안했다. 지금은 인터넷팩토리에 매각된 디씨인사이드는 자기 마음껏 수다를 떨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네티즌을 열광시켰다.

"패기도 좋지만 무턱 대고 상상한 대로 만드는 것은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0년을 분석하며 있다가 없어진 것, 그것이 왜 없어졌는지를 분석하고 보완해서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젊은 대표의 말 치고는 너무 보수적인 대답 같기도 하다. 표 대표는 "회사를 꾸려온 지난 10년간 배울 게 많다"며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취할 것은 열심히 취하겠다"고 말했다.

표 대표는 1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웹 서비스를 떠올렸다. 당시에는 '하늘사랑' '세이클럽' '버디버디' '다모임' 등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표 대표는 이번에도 '동창을 만나고 싶다'는 네티즌들의 니즈를 기반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웹서비스를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예전의 서비스들이 사라지게 된 운영상의 문제점 등을 찾아 보완할 계획이다.

"출발선에 선 벤처인들은 새로운 것에만 치중해요. QR코드가 뜨면 '이걸로 뭔가를 만들어 보자'라는 식이죠. 그러다 보면 사용자의 니즈에 기반하지 않아 본질에서 빗겨가고 말죠. 트렌드에 지나지 않은 기술이에요. 금세 사그라지고 말 것들이죠"

표철민 대표가 지향하는 회사는 기술이 기반이 된 웹서비스다. 그는 소셜커머스와 같은 상거래 서비스에 주력하지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소셜커머스는 기술이 아닌 영업력이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위자드웍스를 키워낸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포부다.

"현재 200~300개에 달하는 소셜커머스업체들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요.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쏟아 붓기 때문이죠. 이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예요."

그렇지만 표 대표 역시 매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는 그저 좋으면 만들고 돈이 안 되더라도 출시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돈 되는 모바일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어 팔겠다는 각오다.

지난 2009년 12월 소셜게임업체 루비콘게임즈를 차린 이유도 그것이다. 젊은 사람이 사업만 다각도로 벌여놨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술에 기반한 게임이 바로 돈이 될 거란 생각 때문이다. 위자드웍스가 투자한 루비콘게임즈는 '뽀잉뽀잉' '슈팅스타' 등과 같은 히트작을 내놓았다. 현재 루비콘게임즈는 위자드웍스의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

그는 최근 지난 12년간 벤처창업의 에피소드를 모아 <제발 그대로 살아도 괜찮아>라는 책을 냈다. 경쟁에 휩쓸려 사는 자신과 같은 젊은 세대를 향한 조언이다.

"사실 어른들에게 이런 얘기는 같잖은 얘기일 수 있어요.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서 유망해질 수 있는지, 그 감각과 힘을 기르게 하는 얘기입니다. 제가 지금껏 살아왔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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