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글로벌 금리 인상 늦어질까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3.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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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금리 인상 연기에 베팅..중앙은행은 좀더 신중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 사고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긴축 모드를 시작하거나 계속할 태세라고 CNBC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에서 대지진과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전세계 국채 선물 금리는 상승세를 멈춰 이번 재앙에 따른 경제적 타격으로 금리 인상이 연기될 것이란 기대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CNBC는 일본의 원전 사고가 더 확산되고 장기화되지 않는 한 중앙은행들이 기존의 긴축 태세를 바꿀 만큼 경제적 파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HIS 글로벌 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내리먼 브레이버시는 “일본은 글로벌 경제에서도, 아시아 경제에서도 성장 엔진이 아니었다”며 “일본의 경제성장률 하향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는 이날 통화정책위원회 이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며 오는 6월까지 금리를 인사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것이다.

노르웨이는 이날 성명서에서 일본의 대지진을 언급하며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다”며 현재로선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와 유럽의 재정지출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지난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뒤 공개된 성명서에서 일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관련한 완곡한 표현조차 없었다.


TD증권의 금리 전략 대표인 에릭 그린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반적인 경제를 진단하는데 있어서 일본의 재앙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FRB가 일본의 재앙을 전반적인 경제 전망을 위협할만한 사건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며 "FRB는 (경제가) 원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CNBC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일본 대재앙을 이유로 FRB가 양적 완화 정책을 더 연장할 것이란 신호는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긴축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HSBC는 “일본의 재난이 이머징 아시아의 현재 경제 성장세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만한 디플레이션 요소를 제공하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17일 예정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의 리서치 대표인 사미란 차크라보티는 “(임박한 물가 상승 압력에 비해) 일본 대재난의 경제적 충격을 평가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홍콩 스탠더드 차터트 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웡은 필리핀의 콜금리가 다음주에 4%에서 0.25%포인트 예상대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필리핀이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에 늦게 대처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일본의 현재 상황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유럽=4월물 유리보(Euribor) 선물 계약은 유럽연합(EU) 시중은행간 금리가 향후 수개월간 1.285%로 거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보다 0.05%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유리보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재할인율보다 0.1~0.15%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현재 ECB의 재할인율이 1%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국채 선물 투자자들은 4월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이란 기존 전망을 거둬들인 것이다.

일본 대지진으로 유럽의 신뢰지수도 타격을 받았다. 지난 15일 독일의 싱크탱크인 ZEW가 발표한 3월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 심리지수는 예상 외로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ZEW가 하락한 것은 일본 대지진이 아니라 ECB의 금리 인상 전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이달 초 인플레이션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며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ING의 이코노미스트인 카스턴 브르제스키는 “이달 초에는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95%로 봤는데 지금은 가능성을 75%로 낮췄다”며 “하지만 ECB가 금리 인상을 연기하려면 더 많은 요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HIS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현재로선 일본의 재앙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이 국내총생산(GDP)의 0.1~0.2% 정도로 미미하다. 아울러 올해 성장률이 떨어지는 만큼 내년에는 일본의 재건 사업에 따른 부양 효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본의 대지진 발생 이후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는 많이 오른 상태이며 일본의 재건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수요가 늘어 다시 강세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영국=인플레이션이 EU보다 심한 영국은 금리를 조만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국채 선물시장에 따르면 불과 몇 주일 전에는 5월에 0.25%포인트, 지난주만 해도 늦어도 6월에 금리가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 이후 국채 선물 시장은 금리 인상이 오는 8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이 바꿨다.

하지만 RBS의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바웰은 “시장은 과잉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중앙은행은 현재 진전되는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분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이 대지진이 영향은 미치겠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엔 스위스 중앙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을 확실히 시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입장이 조심스럽게 바뀐 것으로 보인다.

금리 선물은 스위스 중앙은행이 오는 9월에야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스위스 프랑이 달러와 유로화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로선 스위스 프랑의 과도한 절상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오는 12월로 대폭 연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이코노미스트인 파비안 헬러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스위스 프랑이 강세를 보이는 만큼 스위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회의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매파적 발언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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