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쯤되면 국민들도 론스타도···"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1.03.1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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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쯤되면 국민들도 론스타도···"


"차일피일 미뤄오던 난제가 결국에는 터져버린 거죠. 몇 년 동안 지켜보고 있는 우리도 우리이지만, 이쯤 되면 론스타도 진저리를 칠 것 같습니다."

외환은행과 대주주인 론스타, 이들 사이에 끼어있는 하나금융, 그리고 금융당국이라는 '4각 편대'를 멀찍이서 바라보던 한 금융지주사 임원의 말이다.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한 뒤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론스타가 금융당국과 지루한 공방을 벌인 8년은 국민들에게나 당사자들에게나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론스타는 금융자본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미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이 목 빠지게 기다리던 외환은행 인수 승인 건은 이날 회의에서 얼굴도 못 내밀었다. "언제 논의하게 될지 확실하지 않다"는 무책임한 답이 대신 돌아왔다.



금융위의 이런 태도는 '조심스러운 행보'임이 분명하지만 '책임회피'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무엇보다 골칫덩이 숙제를 여론의 비판을 우려해 수년 동안 끌어오다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해서야 건드렸다는 점에서다.

정작 뜨거운 감자인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유보했다. 대주주로 적격하다고 판단되면 대법원의 판단과 대치되는 것이 되고,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고민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금융위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감 있는 당국이라면 적어도 언제까지는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 표명 정도는 했어야 했다. 2008년 HSBC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체결 때에도 외환은행 헐값매각사건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승인을 미루다 결국 매각이 무산된 전례를 경험했던 금융위다.


금융당국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신중함은 필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책임감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제는 제발 '론스타 피로감'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귀 기울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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