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위안부 할머니들 日대사관서 '침묵'추모

머니투데이 홍지연 인턴기자 2011.03.1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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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합심해서 복구해라" 응원 구호도

↑16일 정오 정기 '수요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길원옥(84) 할머니ⓒ이명근 기자 qwe123@ ↑16일 정오 정기 '수요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길원옥(84) 할머니ⓒ이명근 기자 qwe123@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19년 동안 계속해오던 정기 수요시위를 일본 도호쿠 대지진 피해자를 위한 추모집회형태로 진행했다.

16일 낮12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김순옥(90), 박옥선(88), 이용수(84), 이옥선(84), 길원옥(84)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서울시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추모집회를 벌였다.



길원옥 할머니는 '송신도 할머니 힘내세요'라는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다. 할머니는 일본 지진에 대해서는 "빨리 복구되어야 한다. 송신도(89) 할머니도 빨리 찾아주길 바란다. 너무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빨리 힘내서 회복하길 바란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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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도 할머니는 이번 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현에 거주,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16살에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으며, 전쟁이 종식된 후 일본에서 재일교포와 결혼해 정착했다.



일본이 밉지는 않냐는 질문에 "많이 밉다. 왜 안 밉겠나. 하지만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답했다. "(지진피해를 입은)그들은 복구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상처는 낫지 않는다. 일본 희생자들에 대해 마음 아픈 것은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1995년 고베 대지진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을 했냐고 질문에 "그때 나는 시위에 나오지 않았다. 그때만해도 위안부가 부끄러운 줄 알았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시위하는 것을 보고 일본정부가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을 고쳤다"고 말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가 준비한 성명서를 발표한 뒤 10분간의 침묵으로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대지진 참사로 인해 많은 민간인이 희생됐다. 이는 일본 식민지 시대 때 우리 할머니들이 겪었던 아픔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집회를 계획한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과거사 청산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은 과거사 청산을 위한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일본의 책임을 강조했다.

정대협은 1992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왔다. '수요시위'는 지난 1995년 일본 고베지진 때 한 차례 취소된 것 외에 현재까지 19년 동안 매주 꾸준히 이어져왔다.

↑16일 정오 정기 '수요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길원옥(84)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이명근 기자 qwe123@ ↑16일 정오 정기 '수요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길원옥(84)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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