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패닉으로 연결된 간 나오토 총리의 '核발언'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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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공포와 주가폭락, 51조엔 날려보낸 원전폭발 정치경제학

일본 사람들은 핵(核)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다. 2차 세계대전 때 나가사키(長岐)와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수십만 명을 잃었던 잊지 못할 경험에 따른 것일 게다. 그런데도 석유가 나오지 않는 숙명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핵의 평화적 이용'은 자원이 없는 숙명과 원자탄피해자라는 것을 묶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번 일본 동북부에 몰아닥친 진도 9.0의 대지진과 그 뒤 엄습한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 발전소 1,2,3,4호기의 폭발사고에 따른 방사성물질 누출로 '핵의 평화적 이용'이 흔들리고 있다. 핵 공포가 확산되면서 증시가 패닉상태에 빠지고, 이틀 동안 주식 시가총액이 51조엔(16%)이나 날려갔다.



핵과 주가폭락의 양대 공포에 떨었던 일본 증시의 15일 상황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본다.

오전 8시45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2호기에서 폭발음' '원자력 발전소 부근의 방사선 양이 급속히 증가‘. 이런 긴박한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닛케이주가평균선물 6개월물이 185엔 떨어진 9240엔에 개장됐다.



오전 9시. 도쿄증시 개장. 도쿄전력 도시바 히타치 등 원자력 관련주들이 전날처럼 매물공세에 시달렸다. 오사카거래소의 닛케이주가평균선물 6개월물은 개장 1분만에 6286계약이나 거래됐다. 전날 같은 시간의 1만2614계약보다 절반수준으로 줄었지만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기관투자가들의 매도가 잇따랐다.

오전 9시47분. 닛케이225주가평균이 671엔(6.98%) 급락하며 작년9월8일 이후 반년만에 처음으로 9000을 밑돌았다. ‘해외 기관투자가의 매도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는 UBS증권 자산관리헤드의 말이 나왔다.

오전 10시50분. 노다 아키히코 재무장관, 주가하락에 대해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


오전 11시. 닛케이225주가평균 620엔(6.45%) 떨어진 8999로 오전장 마감 직전, 간 나오토 총리의 대국민 메시지가 시작돼 시장은 안정세를 찾았다. 침을 삼키고 귀을 기울이던 국민들에게 총리는 “앞으로 더욱 많은 방사선 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 패닉적 매도를 초래. 닛케이주가평균 선물6월물은 8900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2차례 발동후 한때 8000도 붕괴.

불안심리는 증시에도 파급돼 홍콩 항셍지수 하락률이 3%를 넘었다.

오후 12시30분. 도쿄증시 후장 개장하면서 시장불안은 피크. 도요타자동차 소니 미즈호그룹 등 주요 주식의 하락폭이 커졌다.

12시40분. 재무성이 실시한 1년물 국채 최고낙찰금리가 1년9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채권값 상승).

12시50분. 닛케이선물6월물은 1660엔 떨어진 7800엔까지 추락. 닛케이225주가평균 종목중 50개 종목이 하한가까지 떨어짐.

오후1시10분. 닛케이225주가평균은 1392엔 폭락한 8227엔으로 추락. 장중 기준으로는 09년 4월1일 이후 최저치 기록.

오후 1시50분. 닛케이225주가평균은 8500선에서 멈칫거림. 도쿄증권거래소가 현물과 선물의 차익거래에 대한 제한조치를 발표한 덕분.

오후 2시20분. 이날 자스닥시장에 새로 상장된 아이디홈이 공모가격보다 37% 폭락한 1800엔에 첫거래.

오후 2시28분. 닛케이주가평균 하락폭을 751엔으로 줄이며 8869엔까지 회복.

오후 2시45분. 도쿄증권거래소 1부 거래량이 50억주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기록.

오후 3시. 닛케이225주가평균 1015엔(10.55%) 급락한 8605엔에 마감.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가총액은 2일동안 51조엔(16%) 급감. 도쿄전력은 이틀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1984년 11월 이후 26년4개월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며 길고도 힘들었던 하루 증시를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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