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원전 확대하려 했는데 日 사고로 타격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3.1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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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강진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미국의 원전 사업에도 단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미국은 1979년 3월28일 발생한 스리마일섬 원전의 핵원료 유출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기류가 적극적인 원전 개발로 바뀐 것은 최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에서 360억달러를 원전 개발을 위한 대출 보증금으로 책정할 것을 제안했다. 또 수백만 달러를 원자력 에너지 연구와 현대적인 원자로 설계에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야당인 공화당도 오바마 대통령의 원전 확대 구상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며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협력하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라고 호응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일본을 강타한 강진으로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추면서 원전 폭발과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미국의 산업 전문가와 분석가들은 즉각 미국의 원전 프로젝트에 미칠 파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1979년 펜실베니아주 스리마일섬에서 발생한 핵원료 유출 사고 이후 오랫동안 원전 산업이 위축돼왔다. 30년 가량 추가 원전 건설은 허용되지 않았다. 스리마일섬의 원전 역시 이번 일본 원전 공포와 마찬가지로 냉각장치 고장에서 시작됐다. 이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원전에서 방사성 연기가 공기 중에 유출된 것 자체에 큰 공포심을 느꼈다.

1986년 구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자력에 대한 미국내 회의론을 다시 한번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미국의 원전 산업은 이 같은 경계감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펴는 것처럼 보였다. 원자력 에너지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달리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청정 에너지'로 관심을 끌었다.

원자력 규제위원회에는 현재 십수개 기업이 제출한 20개 이상의 원전 개발 요청서가 올라와 있다. 원자력에너지협회의 홍보 담당자 미치 싱어는 2020년까지 8개의 새로운 원자로가 에너지 생신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에는 현재 31개주에 104개의 원전이 가동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원자력 에너지가 전체 전력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싱어는 일본에서 발생한 원전의 노심 융해(멜트다운)가 미국의 원전 르네상스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미국에서 새로 건설되는 원전은 어떤 비상사태에도 잘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싱어는 이번 일본 사고를 계기로 다른 원자로들은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비해 방어체제를 더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원자력 규제위원회에서 일했던 피터 브래드포드는 일본의 원전 사고로 미국 내에 “원자력에 대한 회의론이 강화되고 거주지 인근에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굉장히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부의 전직 정책 자문관이었던 로버트 알바레즈는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원자로 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 보증 확대 역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의회가 예산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 개발을 위한 예산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정치적 쓰나미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몇 시간 뒤 하원 자원위원회의 에드워드 J. 마키 민주당 의원은 오바마 행정부에 전화를 걸어 지진 활동 지역에 새로 건설되는 원자로 건설을 유예하고 지진 활동 지역에 이미 건설된 원전에는 더 강력한 방어체제를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원전 설계 결함이 일본 원전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23개 원자로도 문제가 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설계를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에서 전개되는 원전 재난을 계기로 미국 내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한 발상을 대대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원전을 지지해왔던 텍사스주의 조 바튼 공화당 하원의원은 일본의 원전 사고가 미국 원자력 에너지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원전 지지자들조차 일본 원전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확실히 알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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