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 세계 확산…美·獨·태국도 전전긍긍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1.03.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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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에 신중·회의론…우라늄 업계도 파장 촉각

일본 도호쿠 대지진 이후 전세계에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안전 및 환경 우려가 급격히 고조됐다.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던 원자력 발전은 일본 후쿠야마현 원자력 발전소가 지진 피해로 방사능 누출 사고를 일으키자 하루아침에 세계적 고민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원전을 도입하거나 지지하던 몇몇 나라 정부는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고 관련 산업계도 이번 사건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메르켈 곤혹…선거 불똥튈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구제안에 독일이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비판에 직면, 집권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본 원전 사고라는 겹악재를 만났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원전 사고를 기억하는 독일에선 원자력발전이 수십년간 논쟁의 대상이었다. 독일은 10여년 전 사민당 정부 시절 노후 원전을 2022년 교체토록 했다.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이 이끄는 연립정부는 원전을 평균 12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지난해 처리했다. 사민당 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원전 사용연한을 늘린 것인데 이로 인해 당시 기민당 지지율이 급락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12일 관계 장관 긴급회의를 소집, 전 지역 원자로의 안전점검을 지시했다. 메르켈 총리는 "안전에 있어 타협은 없다"면서도 이번 사고가 독일의 원전 정책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기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독일 야당은 메르켈 총리의 원전 관련 정책을 거세게 공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2일 독일 남부의 바덴-뷔템베르크주에 6만여명이 운집해 원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슈투트가르트 인근 네카르베스트하임 원전 주변에서 4만여명이 인간띠를 만들어 정부의 원전 정책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독일 바덴뷔템베르크와 라인란트팔츠주는 오는 27일 각각 선거를 치른다. 야당인 녹색당의 위르겐 트리틴 당수는 독일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바덴뷔템베르크에서 (기독민주당이) 패배하는 것은 메르켈 총리 시대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태국 뉴질랜드 신중론 확산= 조 리버만 미 상원의원(사진)은 CBS 방송에 출연, 원전 건설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사능 공포 세계 확산…美·獨·태국도 전전긍긍


그는 "나는 원자력발전의 지지자이고 원전 건설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일본 원전 사고를 우리가 이해할 때까지 조용히 (원전 증설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고 그 뒤 새 원전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 최초의 원전 건설을 앞둔 태국도 고민에 빠졌다. 태국 국영 전력기관은 2020년까지 첫 원전을 세운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정부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아비싯 웨차치와 총리는 이와 관련, "원전 계획 진행 여부를 결정할 때 일본의 방사능 누출 사례를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은 "이제 과연 뉴질랜드에서 원전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우려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일본과 같은 환태평양 화산대에 위치해 있다. 특히 지난달엔 뉴질랜드 주요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를 지진이 강타, 수백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컸다. 일본의 도호쿠 대지진을 예사로이 볼 수 없는 처지다.

원전 르네상스, 피우지도 못하나= 1970년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노력에 따라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늘어났다. 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의 원자로 일부가 멜트다운(노심 용해)했고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원전 폭발 및 방사능 누출 사고마저 벌어지자 세계인은 잊을 수 없는 방사능 공포를 겪었다. 이에 원전 산업과 기술개발도 수십년간 위축됐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원전은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석유 등 화석연료 고갈우려와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불안이 제기돼 원전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 대형 방사능 사고가 시간이 흐르며 잊혀지고 원자로 기술이 발달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 했다. 죽음의 땅으로 변했던 체르노빌은 일부 지역에 관광객을 유치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2007년 일본 지진으로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이 피해를 입은 뒤 올해 급기야 지진에 따른 원전 방사능 사고가 현실이 되자 분위기는 반전했다. 원전업계는 이른바 '원자력 르네상스'를 미처 누리지도 못하고 다시 긴 암흑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와 관련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때처럼 지금부터 수십년간 원자력 업계가 위축되는 것이 아닌가"라며 "호주는 원자력 발전은 하지 않지만 우라늄 수출 때문에 원전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호주의 4대 우라늄 생산업체인 레인저, 올림픽 댐, 포마일, 뉴허니문마인 등은 세계 원전 우라늄 수요의 20%를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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