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일본 대지진, 고베 지진 피해 뛰어넘나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1.03.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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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내각 단명 초래·사린 독가스 사건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불러

지난 11일 일본 도호쿠 대지진에 따른 경제, 사회적 영향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고베 지진을 넘어설 것인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1995년1월17일 오전 5시46분 간사이 지방 효고현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고베 대지진으로 6500명이 사망했다. 당시 피해규모는 14조1000억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가 감소했다.



◇재정적자 부담 가중=고베는 일본 제3위의 무역항이자 한신공업지대의
[日대지진]일본 대지진, 고베 지진 피해 뛰어넘나


중심지다. 이에 따라 고베 대지진으로 주요 항만과 산업시설의 타격이 컸다. 지진발생후 아예 제강 정유 공장 일부는 문을 닫았다. 특히 한신고속도로가 엿가락처럼 휘고 신칸센이 내동댕이 쳐졌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특히 진앙이 지표면으로부터 겨우 15km 아래에 있어 지진 가속도가 발생하면서 피해가 컸다. 고베 근처에 대나무 기와 등으로 지어진 일본 전통 가옥이 많았는데 이들의 화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고베와 오사카 사망자의 90%, 40%가 전통가옥에 살던 이들이었다.



이에 반해 이번 도호쿠 대지진으로 10개의 원자로가 가동을 중단했다. 토요타 닛산 등 자동차업체와 정유공장 등의 생산 중단이 이어지고 있지만 동북부 지역은 주로 농업 중심인 곳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재정적자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번 지진으로 일본 GDP의 1~3%가 줄어들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과거 사례에서 보듯 자연재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나오고 있다. 오히려 복구를 위한 건설 수요 등이 침체된 일본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현재 피해규모를 추정하기는 어렵다”며 “관건은 피해규모가 얼마나 크고 얼마나 오래갈지의 여부”라고 설명했다.


◇무라야마 내각 단명 초래=고베 지진은 지진 피해 자체도 컸지만 일본 정부의 느린 대처도 피해를 더욱 키웠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를 중심으로 한 사회당, 자민당, 사키가게 3당 연립정권의 단명을 이끈 것도 결국 고베지진이었다. 당시 비상재해대책 본부가 소집된 것은 지진발생 6시간뒤였고 긴급대책 발표하는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정부가 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피해는 더욱 커졌다. 정부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부 외신에서는 일본의 안전불감증을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고베 대지진 대책본부에서 근무했던 후쿠사와 요시노부는 지난 2005년 지진발생 10주년을 추모한 자리에서 “당시 공공부문과 시민들은 (지진에)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특히 정부 부문이 더욱 취약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당시 충격을 교훈삼아 국내 지진 정보를 24시간 수집할 수 있는 위기관리 체제를 정비했으며 건물의 방진 설비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 수수로 최근 외무상이 퇴진하고 재정적자 타개를 위한 세금인상 법안 등으로 야당의 공세를 받아온 간 나오토 내각의 정치적 운명도 이번 지진대처에 달렸다는 전망이다.

간 총리는 지난 11일 지진발생 직후 총리관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긴급재해대책 본부를 출범시켰으며 12일에는 후쿠시마 원전 등 지진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고베 대지진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해안가 지방을 덮친 이번 지진과 달리 고베 지진은 대도시 주변에서 발생한데다 지진 발생 시점이 새벽이라 피해규모가 더욱 컸다.

일본 국민이 아직까지도 당시 지진의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지진 발생 두달 뒤 도쿄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역에서 옴진리교의 지하철 독가스(사린 가스) 사건이 발생해 13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해 민심은 더욱 흉흉했다.

당시 희생자를 인터뷰해 ‘언더그라운드’란 책을 펴낸 무라가미 하루키는 “지진과 독가스 사건으로 일본인은 전후 최악의 외상장애에 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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