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세요" 결식청년, "다 오세요" 교회

머니투데이 이현수, 사진=홍봉진 기자 2011.03.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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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캠페인]취업준비생들에게 밥퍼주는 노량진 강남교회

12일 오전 7시 노량진 강남교회 지하 1층 식당. 토요일인데도 아침을 먹기 위해 찾은 취업준비생들로 식당 안은 붐볐다. 먼저 온 이가 빨리 먹고 자리를 비워줘야 뒤에 와 길게 줄을 선 이들도 밥을 먹을 수 있다.

이 교회 하용욱 목사는 "매일 새벽 6시 반부터 8시까지 200명 정도가 온다"며 "50명 정도는 교회 신도이지만 나머지는 취업준비생"이라고 말했다.



노량진 강남교회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홍봉진 기자.노량진 강남교회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홍봉진 기자.


시험 기간에는 250명도 넘는 청년들이 이곳을 찾는다. 하 목사는 "너무 많이 와서 준비한 밥이 다 떨어지면 급하게 떡국 등을 끓여서라도 식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모씨(31)도 하루 한 끼를 여기에서 해결한다. 이날 이씨가 식비로 쓴 금액은 2750원. 아침은 교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해결하고 점심은 길거리 김치볶음밥, 저녁은 편의점 컵라면으로 때웠다.



이씨는 "교회에서 주는 아침을 많이 먹고 버티다 점심을 거르고 저녁을 편의점 라면으로 해결하면 하루 1000원으로도 식사가 가능하다"며 "집세와 학원비 같은 고정 지출을 빼면 취업준비생에게 씀씀이를 줄일 수 있는 항목은 식비뿐"이라고 말했다.

강남교회의 무료급식은 취업준비생들의 요구로 이뤄졌다. 2000년 7월 교회에 부임한 이성헌 목사가 취업준비생들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고 묻자 준비생들은 말했다. "밥을 주세요." 취업준비생에게는 식권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이 목사는 "초코파이 하나에도 경쟁이 붙는 학생들을 보고 무료급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식당 한 쪽 벽에는 합격생이 첫 월급과 함께 보낸 편지가 붙어있다. 연간 3000만 원 이상 식비가 들지만, 취업에 성공하거나 시험 합격생 등이 보내준 후원금으로 한 번도 적자가 난 적이 없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아침 식사를 책임지는 김은혜 권사(76)는 "반찬을 싸달라고 하는 젊은이들도 간혹 가다 있다"며 "달라고 하면 챙겨는 주는데 아침에 워낙 싹싹 긁어먹고 가니 남는 반찬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특식으로 나온 빵이나 삶은 계란을 오후에 먹기 위해 몰래 챙겨가는 취업준비생도 있다. 노량진에서 2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이모씨(28 여)는 최근 식빵과 과자로 끼니를 때우다 손가락마다 염증인 손거스러미가 생기는 경험을 했다. 꼬박 9시간을 학원에서 보내는 이씨는 지친 얼굴로 "저녁엔 삼각김밥을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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