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금융지주회장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뒤에야 논란은 잦아들었다. 결과적으로 강 위원장은 어느 곳도 가지 '않았다'. 덕분에(?) 이팔성 우리금융회장이나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10일 최종 확정됐다. 정식 명칭은 산은금융지주 주식회사 대표이사다.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삼고초려를 했다고 했다. 기준은 "나(김 위원장)랑 뜻이 잘 통해야 하고 돌파력이 있고 경험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김 위원장)였다. 시점은 설 명절 후다. 강 위원장이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뜻을 접은 때다. 김 위원장은 "믿고 통으로 맡길 사람이 필요했다. (강 내정자가) 회장직을 수락해 환호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대선 때는 정책조정실장을 맡아 공약을 다듬었고 인수위원회에선 경제1분과를 책임졌다. 현 정부 첫 기획재정부장관도 맡았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맡을 때도 이 대통령과 '독대'를 할 만큼 신임이 두텁다.
그런 그가 산은지주회장으로 옮기는 것은 사실 격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산업은행장은 차관급 인사가 가는 자리였다. 지주사 체제로 바뀌긴 했지만 행장직 겸임 등을 생각하면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고 정부의 감시 감독을 받아야 한다. 일부 후배 공무원이 당혹해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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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 위원장은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기능시대이지 계급장 따지고 병정놀이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것도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을 하다 차관급인 국세청장으로 옮겼고 참여정부 때 장관을 지냈던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은 현 정부때 경제수석(차관급)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이번 인사가 이 대통령의 뜻이란 말이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설명이다. 금융권 인사는 "이 대통령이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직접 챙길 정도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차관급 자리였을지는 몰라도 앞으론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이 장관급 이상으로 대우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4대 금융지주회사 중 KB(어윤대 회장), 우리(이팔성 회장), 하나(김승유 회장) 등 세 곳이 MB맨이다. 산은지주를 포함하면 80%가 MB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일부에선 연초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을 두고 논란이 일 때 교통정리가 된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이렇게 보면 금융지주회장들이 모두 거물들이다. 김 위원장은 "거물들을 모시고 하면 나도 거물이 된다"고 웃어 넘겼지만 실무선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대표적인 게 강 위원장에 대한 대우 문제다. 금융 공기업 임금 억제로 산은지주회장의 연봉은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많지 않다. 벌써부터 연봉 인상 얘기가 나온다. 금융위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편에선 정책적 문제도 있다. 김 위원장의 그림은 크다. 기존의 민영화에다 구조개혁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른바 정책금융기관의 통합이나 재정립이다. 그것도 "임기중 다 해결한다"는 게 목표다. 이걸 "믿고 통으로 맡길 사람"이 강 내정자라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하지만 강 내정자는 산은 민영화에 소극적인 인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림과 구상부터 맞춰가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반면 강 내정자의 능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 내정자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금융회사에서 일 해 보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고 한다. 한 관료는 "경험이나 능력으로 보면 최적임자"라며 "시간이 지나면 우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