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지주 회장 자리로 간 '거물' 강만수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1.03.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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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지주 회장 자리로 간 '거물' 강만수


올초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이름이 '강만수'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임기가 한번에 끝나면서 유력 후보로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거론된 때문이다. '강만수 변수' 등의 말도 나왔다.

스스로 "금융지주회장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뒤에야 논란은 잦아들었다. 결과적으로 강 위원장은 어느 곳도 가지 '않았다'. 덕분에(?) 이팔성 우리금융회장이나 김승유 하나금융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이 대략 마무리된 지난달 중순쯤부터 다시 강 위원장이 이름이 흘러 나왔다. 이번엔 산은지주회장이었다.

그리고 10일 최종 확정됐다. 정식 명칭은 산은금융지주 주식회사 대표이사다.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삼고초려를 했다고 했다. 기준은 "나(김 위원장)랑 뜻이 잘 통해야 하고 돌파력이 있고 경험과 식견이 있어야 한다"(김 위원장)였다. 시점은 설 명절 후다. 강 위원장이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뜻을 접은 때다. 김 위원장은 "믿고 통으로 맡길 사람이 필요했다. (강 내정자가) 회장직을 수락해 환호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김 위원장의 설명인데 그래도 눈길은 김 위원장보다 청와대쪽으로 간다. 형식적 절차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임명이란 얘기다. 강 위원장은 그야말로 이 대통령의 측근이자 동료다. 공직을 떠난 야인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보좌했다.

대선 때는 정책조정실장을 맡아 공약을 다듬었고 인수위원회에선 경제1분과를 책임졌다. 현 정부 첫 기획재정부장관도 맡았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맡을 때도 이 대통령과 '독대'를 할 만큼 신임이 두텁다.

그런 그가 산은지주회장으로 옮기는 것은 사실 격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산업은행장은 차관급 인사가 가는 자리였다. 지주사 체제로 바뀌긴 했지만 행장직 겸임 등을 생각하면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고 정부의 감시 감독을 받아야 한다. 일부 후배 공무원이 당혹해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은 손사래를 쳤다. "지금은 기능시대이지 계급장 따지고 병정놀이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것도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다.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을 하다 차관급인 국세청장으로 옮겼고 참여정부 때 장관을 지냈던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은 현 정부때 경제수석(차관급)을 맡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이번 인사가 이 대통령의 뜻이란 말이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설명이다. 금융권 인사는 "이 대통령이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직접 챙길 정도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차관급 자리였을지는 몰라도 앞으론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이 장관급 이상으로 대우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4대 금융지주회사 중 KB(어윤대 회장), 우리(이팔성 회장), 하나(김승유 회장) 등 세 곳이 MB맨이다. 산은지주를 포함하면 80%가 MB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셈이다. 일부에선 연초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을 두고 논란이 일 때 교통정리가 된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이렇게 보면 금융지주회장들이 모두 거물들이다. 김 위원장은 "거물들을 모시고 하면 나도 거물이 된다"고 웃어 넘겼지만 실무선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대표적인 게 강 위원장에 대한 대우 문제다. 금융 공기업 임금 억제로 산은지주회장의 연봉은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많지 않다. 벌써부터 연봉 인상 얘기가 나온다. 금융위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편에선 정책적 문제도 있다. 김 위원장의 그림은 크다. 기존의 민영화에다 구조개혁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른바 정책금융기관의 통합이나 재정립이다. 그것도 "임기중 다 해결한다"는 게 목표다. 이걸 "믿고 통으로 맡길 사람"이 강 내정자라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하지만 강 내정자는 산은 민영화에 소극적인 인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림과 구상부터 맞춰가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반면 강 내정자의 능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 내정자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금융회사에서 일 해 보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고 한다. 한 관료는 "경험이나 능력으로 보면 최적임자"라며 "시간이 지나면 우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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