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물가 불가항력", 3% 목표 사실상 포기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변휘 기자 2011.03.0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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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대책 불구 유가 급등에 물거품… 기대 인플레 심리 전방위 확산

정부가 물가 3% 목표 달성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물가 (급등) 문제는 기후변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며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물가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국제 원자재 가격, 자연재해, 구제역 등 악재들이 동시에 겹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인 윤 장관의 '불가항력', '이례적'이란 표현은 사실상 정부가 3% 물가 목표 달성에 백기를 든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정책만으로는 3% 물가 안정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시인하고, 앞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구제역과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유가 급등 이전까지 "3%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중동사태 여파로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마저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자 물가관리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 물가는 정부가 연일 쏟아내는 물가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월 전년 동월대비 4.5% 급등했다. 1월에 4.1%를 기록한데 이어 2개월 연속 4%대를 상회한 것.

제품가격 상승요인이 별반 없는데도 덩달아 가격을 올리는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증거도 포착됐다. 물가급등의 주역인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2월 근원 소비자물가 지수도 3.1% 상승한 것. 지난해 10개월 연속 1%대에 머물렀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3%를 넘어섰다는 것은 식품과 에너지에서 시작된 물가불안이 전분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윤 장관은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가 급등이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고충을 알리고 있다. 3% 목표달성이 어렵더라도 정부가 물가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달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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