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땅' 명동에 화장품 로드숍 많은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1.03.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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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의 부동산 WHY]전국 땅값 10위 중 4곳이 서울 명동 화장품 매장

'비싼 땅' 명동에 화장품 로드숍 많은 이유


국내에서 가장 비싼 땅인 '서울 명동'. 이곳에 가면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미샤' 등 중저가 화장품 매장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온다.

㎡당 표준지공시지가가 평균 5000만∼6000만원으로,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2억원에 달하는 비싼 땅에 제품당 가격이 1만원 안팎인 중저가 화장품 매장이 밀집한 이유는 뭘까.



9일 화장품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면세점을 제외한 명동·충무로 거리에 밀집한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편집·종합매장 포함)은 60곳에 달한다. 2∼3년 전만 해도 의류와 구두, 가방 등 패션잡화매장이 주를 이루던 명동상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공개한 '2011년 표준지공시지가'에서 전국 최고가를 기록한 서울 충무로1가 23-2에도 화장품 매장인 '네이처리퍼블릭'(5개 전층, 명동월드점)이 입점했다. 이곳은 7년 연속 전국 표준지가격 최고가를 유지했다. 5개층으로 이뤄진 건물의 임대료는 전세보증금 32억원, 월세 1억5000만원에 달한다.



2009년 '네이처리퍼블릭'이 입점하기 전에는 커피전문점 '파스쿠찌'가 지명도를 높이기 위해 4년간 임차해 사용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비싼 임차료를 지급하고 이 자리에 직영점을 낸 것은 단기간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명동월드점을 포함해 명동에서만 총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명동은 전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상권이자 해외관광객이 반드시 찾는 쇼핑명소여서 국내외 고객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며 "명동에 간판을 내거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인지도가 제고되는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동월드점은 입지 특성상 명동 로드숍 가운데 가장 많은 고객이 몰린다"며 "월 최고 15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토니모리'(2곳) '더페이스샵'(1곳) 등이 입점한 명동 매장 3곳도 전국 땅값 상위 10위에 드는 비싼 곳이다. '토니모리'와 '더페이스샵'은 이들 매장을 포함해 명동에서만 각각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선발업체 '미샤'와 '에뛰드하우스'는 명동 매장이 각각 4개와 5개다.

이처럼 비싼 땅 명동에 화장품 매장이 많은 것은 외국인 여성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은 값이 싸고 품질도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명동 화장품 쇼핑'이 서울관광의 필수코스가 됐기 때문이다.

화장품 가격은 싸지만 명동에서 구매했다는 것만으로 고급상품이라는 이미지가 더해진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들 중저가 화장품 매장은 일본·중국·동남아시아 외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매출의 60∼70%를 올리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어치 화장품을 구매하는 외국인관광객이 적지 않다"며 "1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국제특송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여러 매장을 순회하며 제품과 가격을 비교하는 여성고객 특유의 구매방식도 화장품 매장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든 요인이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특정 매장에 들러 단번에 구매를 결정하기보다 여러 매장을 둘러보고 개별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며 "화장품 매장은 모일수록 집객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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