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백기든 정부 "이젠 불가항력" 고백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1.03.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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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3% 물가 목표 요원… 음식점 도미노 가격 인상에 인플레 심리 확산

#1. "5% 성장, 3% 물가 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1월12일 경제정책조정회의)

#2. "정부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경제 전망(3% 물가, 5% 경제성장)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임종룡 재정부 차관, 3월2일 물가안정관계장관회의)



#3. "최근 물가 상황은 이례적이다" (윤증현 장관, 3월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4. "물가 문제는 기후변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3월8일 국무회의)



"물가 3% 목표를 달성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파상적으로 쏟아지는 외부 충격에 사실상 물가 3% 목표 달성이 힘들어졌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발언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가 급등에 3% 목표 무너져=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물가안정종합대책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목표 달성에 확고한 의지와 자신감을 보였다. 금리 인상을 동반한 정부 대책을 통해 물가불안 심리를 쉽게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구제역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상 최악의 한파, 예기치 못한 유가 급등이 가세하면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중동 민주화 물결이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집트, 리비아, 바레인 등으로 확산되면서 2월부터 유가가 폭등하기 시작,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것.


중동 정정 불안이 단기간 내 끝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2008년 고점인 배럴당 147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왔다. 구제역, 기상이변이라는 악재를 간신히 누르던 정부는 물가에 가장 심각한 유가 변수를 만나자 백기투항 위기에 몰렸다.

◇기대 인플레 심리 억제해야=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가는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LG경제연구원은 유가가 10% 오를 경우 물가가 0.68%오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유가 상승에 내몰린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는 '3% 이내'에서 '3%대'로 느슨해지는가 싶더니 최근엔 구체적인 목표를 언급하는 대신 물가안정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데 머물고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점들이 대거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인플레 기대 심리 확산의 대표적 사례다.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달리자 삼겹살, 족발, 순댓국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가격을 20~30%씩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식당과 분식점, 중식당, 베트남쌀국수 가게, 냉면, 수제 햄버거전문점, 커피전문점 등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딱히 가격 인상 요인이 없는 업종도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개인 서비스 요금은 공산품과 달리 한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지 않는 특징이 있다. 또 서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다 다른 물가 인상을 촉발시키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3%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며 "올해 물가상승률이 3.7%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인플레 기대심리에 편승한 서비스부문의 물가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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