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폭등 '판교 엑소더스' 본격화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11.03.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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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민시대]1억5000만원하던 전세값 2년새 최고 4억까지…분당·용인行 줄이어

↑판교 아파트 전경. ↑판교 아파트 전경.


#결혼 2년차인 회사원 최모씨(32). 2009년 4월 결혼하며 경기 판교신도시 동판교 풍성신미주 아파트 109㎡형에 전세로 신혼살림을 차렸다. 분당신도시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데다 입주 초기여서 전세값이 쌌고 직장인 서울 강남과도 차로 30분 거리여서 마음에 쏙 들었다.

하지만 계약 만기가 돌아오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집주인이 1억7000만원이었던 전세값을 3억2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여윳돈 5000만원을 빼고도 1억원 가량 대출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최씨는 아내와 상의끝에 분당신도시 서현2동 효자촌 LG아파트 같은 주택형으로 이사가기로 했다. 전세값이 2억7000만원으로 5000만원이 싸 조금이라도 대출부담을 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판교신도시 아파트가 입주 만 2년을 지나면서 이곳 전세민의 '탈(脫) 판교-분당·용인행(行)'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약 시점이 공교롭게 전세값 폭등기와 겹치면서 계약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세입자들이 많아져서다.

이에 따라 분당신도시나 용인 수지 쪽으로 전세 이주 수요가 늘면서 판교 이남의 전세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일 이 지역 일대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2009년 2월 입주한 풍성신미주와 이지더원을 비롯해 최근 판교 아파트들이 순차적으로 입주 2년차를 맞고 있다. 판교 아파트는 총 2만7000여가구로 2008년 12월 산운마을 8단지를 시작으로 2009년 말까지 1년간 대부분 입주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전세가 절반 가량으로, 적어도 1만가구 이상이 올해 전세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문제는 불과 2년새 전셋값이 배 가량 폭등, 기존 세입자 중 상당수가 재계약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 최근 전세값 인상 도미노 여파로 판교 아파트의 경우 109㎡ 안팎을 기준으로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 정도 뛰었다. 이 때문에 집주인 인상 요구액을 마련하지 못해 재계약을 포기한 세입자들이 분당이나 용인 등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풍성아파트내 A중개업소 사장은 "재계약을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전세값이 폭등해 분당이나 수지, 성남 도촌지구 등으로 이사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학생 자녀를 둔 세입자들의 경우 전학에 대한 부담으로 억대의 대출을 받아 재계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전셋값 폭등 '판교 엑소더스' 본격화
오는 9월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LH아파트의 경우 109㎡ 전세값이 최고 4억원을 호가, 본격적인 재계약 시점인 하반기가 되면 전세민의 '판교 엑소더스'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주로 인근 분당이나 용인 수지로 이주해가면서 해당 지역 전셋값들도 덩달아 뛰고 있다. 분당에서 가장 시세가 비싼 곳 중 하나인 서현역 인근 시범마을 삼성아파트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한 아파트 전세값은 3억5000만원을 호가, 판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전세값이 2억원 중후반대로 낮아져 이주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판교와 분당 전세값은 지난해 2월말과 비교해 각각 24%, 16% 가량 올랐다.

서현동 효자촌 A중개업소 관계자는 "신혼부부나 장년층 등 자녀들의 전학 문제에서 자유로운 가구들이 판교을 떠나고 있다"며 "개학 하면서 전세수요가 안정을 찾아야 하지만 판교 전세민들의 문의는 여전하다"고 귀띔했다.

전셋값 폭등 '판교 엑소더스' 본격화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거리에 비례해 전세값이 낮아진다. 용인 동천동 굿모닝 5차 109㎡의 경우 2억3000만~2억4000만원 가량에 전세를 구할 수 있다.



용인 성복동 힐스테이트나 자이의 경우 판교에서 거리는 더 멀지만 지난해 6월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로, 용인-서울 고속도로을 통해 서울로 접근하기 쉬워 전세값은 동천동과 비슷한 수준이다. 성복동 L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 자연환경이 좋아 은퇴했거나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경우 판교에서 넘어오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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