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임대료 통제의 암울한 미래

머니투데이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2011.03.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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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임대료 통제의 암울한 미래


임대료 통제(rent control)는 꽤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부터 유럽 여러 나라에서 사용됐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 바 있다. 임대료 통제의 역사가 긴 만큼 이에 대한 연구도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경제학자들이 오랜 연구 끝에 얻은 결론은 '임대료 통제는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사회적 비용만 초래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임대료 통제가 실시되면 우선 임대주택 공급이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신규 공급이 안될 뿐만 아니라 기존 임대주택마저 매매시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결과는 시장임대료 상승이다. 시장임대료가 상승하더라도 임대료를 통제하기 때문에 임차인의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혜택은 임대료 통제가 시작될 당시 임차인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다. 새로이 임대주택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임차해 들어갈 주택이 없는데, 임대료를 통제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에 더해 임대료 통제는 주거서비스의 질을 통제된 임대료 수준으로 하락시킨다. 임대료가 통제되면 임대인은 임대주택을 유지·보수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임대주택들은 빠르게 노후화된다. 그 결과 임차인은 통제된 임대료에 상응하는 질 낮은 주거서비스를 소비하거나 유지·보수비용을 스스로 지급하여 주거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결국 임대료 통제란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임대료 통제에 따른 임대주택의 노후화는 도시가 빠르게 슬럼화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임대주택이 노후화하면서 주변지역 역시 피폐화되고 이것이 도시를 슬럼화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경제학자들이 임대료 통제를 '폭격보다 더 효과적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수단'이라고 비꼬았겠는가?



이처럼 임대료 통제가 갖고 있는 비효율성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가 이 제도를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통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눈앞에 있는 표만을 계산하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임대료 통제제도를 부활하곤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하자 전세가격의 상승폭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임차인에게 한 번의 임차갱신권을 부여하고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때 전세가격의 상승률을 제한하자는 주장부터 임차인에게 영속적인 임차갱신권을 부여하면서 전세가격의 상승률을 제한하자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규제들은 그 선한 정책목적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 임대료 통제를 실시해본 나라들의 경험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지금 겪는 전세난은 전반적인 주택의 수급불균형보다는 주택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를 해나가면서 겪는 마찰적 요인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직후와 같은 극심한 수급불균형이 존재하는 시기에나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응급처방을 해야 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마찰적 요인에 의해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라면 마찰적 요인을 제거해주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방향이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만 안보이면 된다는 식으로 억눌렀다가는 장기가 괴사하는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임대료 통제의 부작용을 겪은 다른 나라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주택 임대차시장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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