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CEO 권력이동 '삼성출신→내부인력'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1.03.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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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차남규 대표.한화손보 박석희 대표 신규선임

↑ 왼쪽부터 차남규 대한생명 대표, 김정남 동부화재 대표, 박석희 한화손보 대표↑ 왼쪽부터 차남규 대한생명 대표, 김정남 동부화재 대표, 박석희 한화손보 대표


보험사들을 호령하던 삼성 금융계열사 출신 최고경영자(CEO)군의 득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보험사를 소유한 대기업들이 그룹 내에서 자체적으로 성장시킨 인물을 발탁하는데다 삼성 출신으로 상징되는 영입 인사들에 부여된 임무도 어느 정도 달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 (5,110원 ▲30 +0.59%) CEO는 삼성 금융 계열사 출신이던 권처신 전 대표에서 제일화재(계열분리 이전 한화그룹 계열사로 현재의 한화손보), 한화증권, 대한생명 등을 두루 거친 박석희 대표로 지난달 바뀌었다.



대한생명 (3,060원 ▲25 +0.82%)도 기존의 신은철 부회장 외에 차남규 사장이 지난달 각자대표로 발탁됐다. 신 부회장이 삼성생명 등을 거친 영입 인사였던데 비해 차 대표는 79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이래 30여년 이상 재직해온 정통 한화맨이다.

동부화재 (104,100원 ▲5,300 +5.36%)도 지난해 김순환 부회장이 동부CNI 부회장으로 옮겨가며 김정남 대표가 회사를 책임지고 있다. 김 부회장이 30여년 가까이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에서 일하다 2004 ~ 2010년까지 동부화재를 이끈 반면 김정남 대표는 동부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인사다.



이밖에 경우는 좀 다르지만 삼성생명 (93,000원 ▼100 -0.11%)도 삼성그룹내 금융 계열사보다 제조 계열사(삼성SDI), 그룹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등에서 주로 일해온 박근희 사장이 회사를 진두 지휘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그룹 편입이나 회사간 통합, 재정비 등의 부여된 임무를 맡았던 삼성 출신 CEO들이 임기를 다하면서 자연스럽게 물갈이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권처신 전 대표는 한화손해보험(이전에는 신동아화재)이 그룹으로 편입되고 다시 한화손해보험과 제일화재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관리형 CEO로서의 리더십을 요구받아 이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순환 부회장도 동부화재의 시스템 정립, 수위권 도약 등을 이끌면서 연임해 6년여를 재직했다.

이에 비해 차남규 대한생명 사장이나 박석희 한화손보 대표는 한화그룹내 자체 성장 인력으로 재직 회사의 그룹내 완전한 착근 이후의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실제로 차 대표는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으로 넘어온 뒤 지원 총괄 전무를 맡아 노사화합과 조직의 안정화를 통해 임직원 사기진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대표 선임 이후로는 베트남 보험 영업확대, 중국보험시장 진출 등에 대한 그룹의 기대를 받고 있다.


김정남 동부화재 대표는 수익성과 효율 위주의 기존 체제에 덧붙여 취임 이후 맏형같은 역할을 자임하며 소통 강화, 역동성 강조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 출신 영입인력을 대신하는 내부 인력들은 현장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특징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효율 위주의 교육과 시스템 강조 등으로 성공을 이뤘던 ‘관리의 삼성’을 대표했던 인물들이 임기 만료 등으로 물러나는 것"이라며 "그룹별로 자체 CEO군을 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과도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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