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 자문형 랩 '흐지부지' 사라지나(종합)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1.02.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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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원 "펀드와 닮은 꼴, 판매제한"… 업계 "일찌감치 접었는데"

일부 증권사가 제공 중인 적립식 자문형 랩 서비스가 펴 보지도 못하고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적립식 자문형 랩은 적립식 펀드와 마찬가지로 매월 일정금액을 자문형 랩에 불입하는 것으로, 대우, 삼성, 한국, 현대증권 등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최근 감독당국이 펀드와 닮은 꼴인 적립식 자문형 랩 판매를 규제키로 한데다, 당초 생각했던 것만큼 고객반응이 시원치 않다고 판단돼 사실상 서비스를 접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지난달 스폿 랩 규제에 나선데 이어 '적립식 자문형 랩' 서비스에도 제동을 걸었다. 일종의 금융 서비스인 자문형 랩이 금융상품인 펀드와 동일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서비스 제재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자문형 랩 영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기존 방식의 적립식 자문형 랩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구두로 각 증권사에 적립식 자문형 랩 상품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 실무 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랩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적립식 자문형 랩이 어차피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일부 증권사는 선제적 대응차원에서 적립식 자문형 랩 서비스를 스스로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적립식 자문형 랩 서비스를 중단하고 나서자 일부 증권사는 곧바로 서비스를 중단하고 나섰으며, 다른 증권사들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증권 (7,370원 ▲10 +0.1%)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적립식 자문형 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가 반나절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헤프닝이 발생했다. 보도자료 배포 후, 금감원이 유선으로 서비스 제공에 문제를 지적하면서 부랴부랴 서비스 철회에 나선 것.


지난달 말부터 적립식 자문형 랩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증권 (38,000원 ▼550 -1.43%)은 지난 21일부터 고객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시작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것. 가입금액도 62억원에 그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랩이 인기상품으로 부상하다보니 적립식 형태로 상품을 설계해 봤다"며 "그러나 랩 상품이 '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아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7,590원 ▼100 -1.30%)은 지난 2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적극적인 영업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설정규모가 1~2억원에 그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여기에 지난 18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증권도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랩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면서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적립식 자문형 랩은 감독당국의 제재뿐만 아니라 효과도 기대만큼 크지 않아 증권사 스스로 접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랩이 서비스 개념이다보니 금융상품처럼 다양한 응용 서비스 제공이 쉽지 않다"며 "최근 조정장에 랩 열기 다소 식은 상황에서 랩 가이드라인 마저 마련되면 랩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달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일시 상환되는 스폿 랩이 펀드와 유사하다고 판단, 서비스를 금지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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