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있는 한상률·에리카 김, 왜 지금 입국했나?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1.02.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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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25시]도곡동 땅문서, BBK 등 MB관련 '뇌관' 임기중 정리 관심

서초동 검찰청사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 정부의 각종 의혹에 연루됐던 인사 2명이 하루의 시차를 두고 속속 입국했기 때문이다. 그림로비 등의 의혹 당사자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지난 24일에, 'BBK 의혹'사건의 주역 에리카 김은 25일 한국 땅을 밟았다.

◇그들은 왜 입국했나=한 전 청장은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국세청장에 내정돼 이명박 정부 초반인 2009년 3월까지 국세청장을 지냈다.



그는 △전군표 전임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그림을 줬다는 그림로비 의혹 △현 정부 실세들에게 펼쳤다는 국세청장 연임로비 의혹 △박연차씨의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세무조사 의혹 △2007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자가 차명 소유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도곡동 땅이 이 대통령 것이라는 자료를 은폐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2007년 대선 때 BBK 의혹을 폭로했던 BBK 전 대표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동생 김씨가 회사자금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자 미국에 머물면서 폭로전에 가세했다. 이들은 투자자문사였던 BBK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 소유였고 이 후보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도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BBK는 옵셔널벤처스의 전신격인 회사였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BBK는 김경준씨 소유로 결론이 났다. 또 김씨 남매가 "BBK가 이 후보 소유임을 입증하는 자료"라며 제출한 한글계약서는 위조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청장은 오랜 외국생활에 지쳤고 암 수술을 받은 바 있는 아내의 건강을 염려해 입국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연차 게이트 핵심인물들의 사법처리가 지난달 대법원 확정판결로 마무리된 점도 귀국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검찰은 입국시 통보 조치가 돼 있는 한 전 청장의 입국사실을 지난 24일 오전 8시 법무부로부터 전달받았다. 한 전 청장은 이날 오전 5시20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수사팀은 곧바로 한 전 청장 측에 연락해 28일 소환하라고 통보했다.


에리카 김의 귀국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미국에서 BBK와 다른 사건으로 선고받은 보호관찰기관 3년이 만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에리카 김은 2007년 당시에도 이런 이유로 검찰의 소환에 불응한 바 있다.

◇검찰조사, 파장은 = 검찰은 한 전 청장 조사에 대해 그림로비 의혹 등 고발사건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의 실세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국세청장 연임로비 의혹 등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장 연임로비 의혹은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12월에 경북 포항에서 현 정부의 유력인사들에게 골프접대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전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는 "한 전 청장이 2007년 12월 현 정권 실세에게 건넬 10억원 가운데 3억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국장은 "국세청이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당시 후보의 차명재산 의혹이 일었던 도곡동 땅 문건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 전 청장이 연임로비나 도곡동 땅 문제에 대해 새로운 진술을 내 놓는다면 검찰의 수사 방향이 예측하기 어려운 곳으로 향할 수도 있다. '레임덕' 징후를 보이고 있는 현 정부의 핵심부까지 수사의 칼끝이 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에리카 김은 지난 26일과 27일 이틀간 검찰에서 동생 김씨의 횡령혐의의 공범이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에 대해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혐의내용 외에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나설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에리카 김의 입국은 동생의 뒷바라지와 한국에서의 사업을 위해서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경준씨는 횡령 등의 혐의로 2009년 대법원에서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됐다. 에리카 김이 입국한 진의가 무엇인지 간에 입국기간 내 그의 활동과 발언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검찰은 에리카 김을 몇 차례 더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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