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외국인 시대 개미파워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1.03.0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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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긴급진단 외국인 파워/ 외국인 vs 개미

"외국인 다음은 개인."

지난해 말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서면서부터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코스피 2000 시대를 연 주도세력이 외국인이었다면 그 이후를 책임지는 건 개인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세가 될 것 이란 얘기다.

직접 투자든 간접 투자든 결국 일반 개인이 돈을 넣어야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더 이런 전망이 많았다. 돌아보면 과거 한국증시 재평가도 바이코리아펀드가 아니라 적립식펀드가 활성화되면서 가능했다.



시장 입장에서 최선은 2000년대 중반의 적립식펀드 열풍처럼 주식자금이 안정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외국인 매물이 소화되고 주가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1월 말엔 코스피지수가 장중 2121.06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자 '포스트 외국인 시대'의 주인공은 당연히 개인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뤘다. 실제로 자문형랩 등을 중심으로 개인 자금의 증시 이동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일각에선 개인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중소형주가 유망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무엇보다 개인의 투자 성향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어 보였다.



전월세값 폭등·물가 상승…남는 주머니 있나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개인 투자자의 증시 주도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문가가 적잖다. 이미 하우스푸어(무리하게 대출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자의 늪에 빠진, 집을 가진 빈곤층)로 타격받은 개인이 물가불안과 금리인상, 전세가격 급등 등에 더 쪼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연령별, 지역별 구조를 보면 이해가 쉽다. 2009년 말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연령은 46.2세다. 40대가 전체의 30.7%로 증시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뒤를 50대와 30대가 각각 28.3%, 22.6%로 따른다. 이들의 비중이 전체의 81.6%다.

지역별로 보면 개인 투자자의 76.2%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거주한다. 서울이 56.6%, 경기가 17.1%, 인천이 2.5%다. 결국 수도권에 거주하는 30~50대 투자자가 이른바 증시의 '개미'라고 불리는 이들이란 얘기다.

문제는 당분간 이들의 투자여력이 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국내 가계 재무구조가 전월세 보증금 증가를 중심으로 악화되면서다.

통계청과 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계 평균자산은 2006년 5월 말 2억8112만원에서 2010년 2월 말 2억7268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자산에서 부채를 뺀 가계 순자산은 4.7% 줄었다. 물가상승률 12.1%를 감안하면 감소폭이 17%에 달한다. 40대 이상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반면 평균부채는 3948만원에서 4263만원으로 증가했다. 금융부채 비중은 줄었지만 임대보증금 비중이 32.4%로 5.4% 늘면서 부채 규모가 커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고공비행'한 탓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7.1%로 2002년 10.1% 상승 이후 가장 높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까지 23개월째 상승세를 보인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0.9%로 2002년 1월 2.1% 상승 이후 1월 상승폭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연히 임대보증금 증가폭이 더 먼저, 더 많이 오르는 수도권 가계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40대가 주축인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수요가 안정적으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기댈 곳은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의지할 곳은 개인 매수세뿐이라는 기대도 살아 있다. 최근 중동·북아프리카 불안 등으로 증시 조정세가 확대되기 전까지 올해 들어 개인 매수세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던 만큼 중동 정세가 안정되고 국내 증시가 일시 충격에서 벗어나면 개인의 시선은 다시 증시를 향할 것이란 관측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연기금과 개인 투자자의 역량이 커졌다"며 "외국인의 매물을 연기금, 랩,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금이 받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두번째 옵션 만기일이었던 지난 2월10일 외국인이 1조997억원의 매도물량을 쏟아내는 동안 개인은 8009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증시를 떠받쳤다. 당초 장 막판 동시호가 때 50포인트 이상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37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월 들어 24일까지 국내 증시에는 주식형펀드 등을 통해 1조6000억원가량의 개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거래일 기준 하루 1000억원이 들어온 셈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최근 2년 동안 순매수한 물량을 한 번에 다 털고 나가진 않을 것"이라며 "주식형 펀드 자금 유입 등을 국내 유동성으로 증시를 받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매수를 노리고 들어온다고까지는 보기 어렵지만 지수 하락에도 크게 위축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월 하순으로 가면서 개인 자금 유입이 주춤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방향은 경기 모멘텀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동 이슈 등이 잦아들면 자금 유입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 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지수가 다시 오름세를 타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매도 강도가 약해져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김학균 팀장은 "가계자금이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국내 증시로 편입된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를 다 받아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주형 팀장도 "개인 자금이 외국인 수급 공백을 메우더라도 증시 주도력을 갖는 데까지는 부족할 것"이라며 "지수 반등을 위해선 외국인 자금 이탈이 어느 정도 잦아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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