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를 사랑한 이탈리아, '큰 일 났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1.02.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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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루스코니 총리 취임 이후 관계 발전..카다피 이후 불투명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이탈리아와 리비아는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어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취임 이후 급속히 발전한 양국 관계는 리비아 소요 사태로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탄받고 있는 독재자와 맺은 양국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시사전문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내전 상태로 치닫고 있는 리비아의 소요사태로 인해 이탈리아는 기대에 어긋난 결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2년 간 독재자로 군림했던 무아마르 카다피에 대한 이탈리아의 구애로 로맨스가 시작됐지만 리비아 정권 교체시 쓰린 이별로 끝맺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원수(좌측)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원수(좌측)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석유공급을 둘러싼 양국의 관계

이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취임한 뒤 이탈리아는 리비아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카다피가 이탈리아를 방문할 때마다 극진히 대접했다. 2009년 6월에는 베두인족의 전통에 따라 천막생활을 고집하는 카다피를 위해 공원을 임시 폐쇄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배려 덕에 리비아는 2009년 이탈리아 G8 정상회의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 2008년에는 20세기 초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으로 25년간 50억 달러를 지불하는 약정서에 서명했다. 베를루스코니가 카다피의 손등에 키스하는 장면은 어색하지도 않았다.

양국의 관계는 대등하지 않았다. 한 나라는 근대 유럽을 이끌었고 다른 한 나라는 사하라 사막을 경계로 하는 인구가 많지도 않은 나라지만 모든 카드는 리비아가 쥔 것처럼 보였다. 리비아는 카다피 이후 항상 그러했듯이 아쉬울 것이 없었다.

에마누엘라 파올레티 옥스퍼드 국제이민연구소 연구위원은 "리비아가 경찰국가란 점이 부가적인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리비아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리비아인의 이탈리아 집단이주에 대한 우려, 리비아의 풍부한 석유매장량, 카다피의 돈 씀씀이로 이탈리아는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파올레타 교수는 "선진국은 게임의 룰을 정하고 개발도상국은 수동적이라고 보는 일반적인 시각은 잘못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끊임없는 구애는 외견상으로는 좋은 결실을 맺었다. 리비아 해변에서 이탈리아 시실리로 이어지는 520km에 달하는 세계 최장 파이프라인은 양국 관계의 상징이었다. 이탈리아 석유 소비량의 약 3분의 1가량이 리비아에서 들어온다. 리비아는 이탈리아의 최대 석유공급국이다.

리비아는 이탈리아 주식시장에도 투자를 많이 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 7.5%, 석유기업 에니 2%, 군수업체 핀메카니카 2%, 피아트 그룹을 설립한 아그넬리스 가문이 대주주로 있는 축구클럽 유벤투스 7%를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리비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식민지 배상금 50억달러를 주기로 합의함에 따라 리비아는 자국민을 포함해 북아프리카인들이 배를 통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것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독재자에 대한 구애는 역풍 불러일으킬 것"
하지만 리비아인들의 봉기로 상황은 달라졌다. 1000명 가까운 리비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탈리아 시민들은 대피하고 있고 해외 투자자들은 리비아가 투자를 많이 한 에니와 같은 이탈리아 기업의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카다피가 물러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클라우디아 가찌니 플로렌스 소재 유럽대학대학연구소 연구위원은 "만약 카다피 정권이 붕괴되면, 리비아에선 새로운 리더가 나타날 것이며 그때 베룰루스코니의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며 "새로운 리더는 카다피에 대한 베를루스코니의 과도한 관심을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카림 메즈란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문가는 "카다피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를 상대해야 하는 것과 카다피를 최고의 친구로 대하는 것은 별개다"며 "어느 누군가 집권해서 ‘우리가 탄압받았을 때 당신은 독재자의 손에 키스했다. 실수한 것이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나탈리노 론지티 모라 LUISS대학 국제법 교수는 "이탈리아는 리비아와 경제적 상관관계를 이어가면서도 리비아 인권 개선과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독재국가가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한 모든 서방 국가들의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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