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정시위대, 녹색 국기도 버렸다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1.02.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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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이탈리아 독립 투쟁 시절 국기 꺼내들어

↑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가 들고 있는 과거 리비아 국기(좌측)와 현 리비아 국기↑ 리비아 반정부 시위대가 들고 있는 과거 리비아 국기(좌측)와 현 리비아 국기


리비아 국기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승달이나 별도 보이지 않는 민짜 녹색기가 어떻게 국기가 됐을까 하고 말이다.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4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지역을 장악한 반정부 시위대들이 현재 리비아 국기를 버리고 42년 독재자 카다피에 대항한 반정부 혁명의 상징으로 다른 국기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위대이 손에 거머쥐고 있는 국기는 과거의 국기다. 녹·흑·적의 삼색에 가운데에는 흰색 초승달과 별이 그려져 있는 이 국기는 1951년 12월 리비아가 이탈리아로부터 독립됐을 당시 사용됐다.

그러나 이 국기는 오래 사용되지 못했다. 1969년 왕정타도 쿠데타를 일으킨 카다피대위가 집권하면서 적·백·흑 삼색기로 대체됐다. 이는 당시 청년장교들이 범아랍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신념으로 전제주의를 전복시킨 이집트,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과 공통된 깃발이다. 하지만 카다피는 1977년 이집트의 친 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해 현재의 국기를 채택했다.



특히 초록 단색기는 카다피 통치와 연관이 깊다. 아랍권에서 평화, 평등 등을 의미하는 녹색에 카다피는 특별한 애착을 보였다. 그의 강령집이 그린북으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카다피는 최근 소요사태 동안 지지세력에게 녹색 완장을 차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시위대가 과거 국기를 다시 꺼내든 것은 카다피와의 단절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더욱이 과거 국기의 적색은 이탈리아로부터의 독립투쟁 당시 희생된 이들의 피를 상징하기에 시위대가 애착을 보이고 있다.

다만, 녹·흑·적 삼색기가 사용됐을 당시에 리비아는 사누시 가문이 이끄는 왕정국가였다. 유세프 부안델 카타르 대학 국제학 교수는 과거 국기를 든다는 것이 군주제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부안델 교수는 "녹·흑·적 삼색기는 리비아가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했을 당시 리비아의 국기였다"며 "국민들은 카다피에게 빼앗긴 독립을 쟁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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