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외탈세에 '칼'뺐다… 대기업·자산가 '정조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1.02.24 18:01
글자크기

"관세청 조세피난처 거래 집중분석"…"국세청, 올해 1조 이상 잡겠다"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400억 원대의 조세를 포탈한 중소기업 대표 A씨가 24일 재판에 넘겨졌다.

완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2001∼2009년까지 8년간 총 947억여원을 해외로 빼돌렸고, 이 중 일부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강남에 1500억 원대 빌딩을 세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문으로 만 무성하던 역외탈세의 전모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정부가 조세피난처로 '칼 끝'을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대자산가 등이 조세피난처로 거금을 빼돌리는 행위가 집중 타깃이다.



◇국세청·관세청 총출동=정부는 최근 역외탈세의 근거지인 조세피난처를 직접 겨냥해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틈타 조세피난처로 대규모 자금이 유출된 정황을 포착, 불법외환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국세청도 역외탈세전담기구를 공식 출범하고 대기업 등의 국제거래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조세피난처에서 벌어지는 역외탈세에 집중하는 이유는 탈루 수법이 과감하고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검찰에 기소된 A씨 등 4개 중소 업체 대표들이 탈루한 소득만 6224억원에 달한다. 대기업이 개입된 역외탈세가 적발된다면 천문학적 규모의 추징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세청은 올 한 해에만 총 1만8300건 내외의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이중 숨은 세원 양성화 등에 조사역량을 집중 투입해 올해 총 1조원 이상의 역외탈세를 찾아낼 계획이다.

관세청도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 수출입 외환거래 비중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무역대금 지급의 적정성과 건전성 여부를 감독하고, 외환당국과 협의를 통해 지금까지 불법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용역·자본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실적에서 조세피난처와의 수출입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데 반해 수출입 외환거래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며 "해당 차액을 모두 불법적인 외환거래로 규정할 수 없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노림수는? '일거양득'=정부가 역외탈세를 잡는 데 사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세원 확보 및 성장잠재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외탈세 차단은 세계 각국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세원확보 차원에서 조세피난처로 이탈하는 세원의 복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조세피난처로 유출되는 자본의 규모가 외자유치 규모보다 커 성장잠재력에 '빨간불'이 켜지자 자본유출 차단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성장잠재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세피난처로 이탈되는 세원을 추적하고, 국내 생산활동에 투자돼야 할 자본의 불법 해외유출을 차단하는 것이 절실하다.

◇난감한 재계 "무조건 의심은 억울해"=재계는 정부가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역외탈세에 대한 공세를 높이자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자금세탁 등 조세피난의 목적으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처벌해야 하지만 단지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에 대한 자금 물동량이 많다고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는 "현재 조세피난처는 기준이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다"며 "해외 기업 인수과정에서 조사피난처에 속한 기업들을 인수한 사례도 있고, 조세차이 문제로 지역본부를 세금을 덜 내는 곳으로 두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조세 회피를 했다고 보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항변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