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내전 리비아, '연방'으로 제3의 길?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1.02.2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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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연합 개념 권력분점 가능성, 석유자원 분할이 과제

▲1969년 쿠데타 당시의 카다피ⓒwww.time.com▲1969년 쿠데타 당시의 카다피ⓒwww.time.com


42년 철권통치를 펴 온 무아마르 카다피(사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 시위로 촉발된 리비아 사태가 사실상 내전 양상의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카다피는 무차별적인 강제진압으로 수도 트리폴리는 지켜냈지만 이미 제 2의 도시 벵가지를 비롯한 동부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내부 이탈자도 잇따라 권위가 많이 위축됐다. 하지만 최후까지의 항전을 선언, 대규모 유혈 충돌의 가능성이 점증한다.



현재 카다피는 트리폴리를, 반정세력은 벵가지를 각각 거점으로 동·서간 팽팽한 힘겨루기를 펼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내전 발발로 인한 동·서 분리 가능성, 또는 서로의 절충에 의한 연방안 등의 대안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트리폴리타니카vs키레나이카=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반정 세력은 벵가지 등 주요 도시에 자치정부를 꾸리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치안 복구는 물론 밀린 임금 지급과 같은 민심 수습책도 등장했다.



양측 판도별 상황을 지도상 펼쳐보면 리비아는 이미 서부 '트리폴리타니카'와 동부 '키레나이카'로 양분되어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서쪽은 카다피 가문인 알카다파 부족, 동쪽엔 와팔라·주와야 등 유력 부족이 팽팽히 맞서 왔다. 따라서 무력 충돌이 발발하더라도 동·서 지역간 내전 양상이 될 수 있다.

이 가운데 파국을 면하기 위한 양측의 타협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강경 일변도의 카다피이지만 한편으로는 개헌 등 유화책을 준비한다는 징후도 나온다. 즉 동·서가 권력을 분점하는 아랍에미레이트(UAE)와 같은 국가연합, 또는 연방 형태이다.

권력분점 ‘연방제’, 석유자원 분할이 열쇠= 카다피가 권력 분점을 시도한다면 동·서가 한 깃발 아래 머무는 연방제가 유력하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 전통문에 따르면 헌법이 없는 리비아에선 2008년부터 헌법 초안이 비밀리에 마련됐다. 다만 그 내용을 둘러싼 권력 핵심부의 알력으로 공론화 시기를 놓쳤고 이번에 내전 사태를 맞았다. 카다피의 차남이자 리비아 2인자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 셋째 아들 알 사디가 잇따라 새 헌법을 언급한 것이 '립서비스'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타임지의 비비안 월트는 지난해 2월 사이프를 만났을 때 그가 "아프리카에서도 진짜 헌법, 진짜 의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카다피가 연방 또는 부족연합으로 연착륙을 시도한다면 동부 지중해 연안과 남부 시르테 분지에 광범위하게 자리한 유전 분할 방안이 쟁점이 된다. 리비아 경제의 대동맥인 송유관은 벵가지 주변에 몰려 있다. 석유 이권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수단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비아 유전과 파이프라인 분포ⓒhttp://sepmstrata.org/▲리비아 유전과 파이프라인 분포ⓒhttp://sepmstrat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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