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로 자금 대규모 유출… 비자금·탈세 의혹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1.02.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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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와 외환거래비중 계속 늘어…정부 단속 강화키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국내자금이 조세피난처로 빠져 나가는 등 조세피난처와의 외환거래비중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자본유출에 대한 모니터링과 단속을 강화해 불법외환거래를 차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24일 관세청이 발표한 '조세피난처 국가와의 대외거래 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피난처와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1382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무역거래에 수반한 외환거래 규모는 약 2배에 가까운 2552억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실적에서 조세피난처와의 수출입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고 있지만 조세피난처와의 수출입 외환거래비중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조세피난처로 자금 대규모 유출… 비자금·탈세 의혹


이는 조세피난처 국가로부터의 수출실적 대비 수출대금 영수 실적은 비슷하지만 수입실적 대비 수입대금 지급액이 많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출입실적 대비 외환거래비중이 정상적이지 않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무역대금 지급의 적정성과 건전성 여부를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영국(32%), 싱가포르(29%), 홍콩(16%)과의 거래가 전체 조세피난처 외환거래의 80%를 차지했고,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카리브·지중해 섬 국가들과의 수출입 외환거래 실적은 1% 이하로 나타났다.

이중 영국과의 수출입 비중은 6%(88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수출입 외환거래 비중은 32%(828억 달러)로 매우 높아 실물거래와 외환거래 괴리의 적정성에 대한 정밀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피난처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의 경우,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와 비교할 때 투자의 유입보다 유출이 더 많은 상황이다.

조세피난처로 자금 대규모 유출… 비자금·탈세 의혹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 된 2009년에는 대규모 자금이 조세피난처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9년 총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19% 감소했지만 조세피난처 투자는 30.4% 증가했다. 반면 2010년 들어 글로벌 경제위기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전년 대비 총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8% 늘었고, 조세피난처에 대한 투자는 12% 감소했다.



조세피난처로 자금 대규모 유출… 비자금·탈세 의혹
조세피난처에 대한 대기업의 직접투자 신고규모는 83억 달러로 조세피난처에 대한 전체 직접투자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 해외직접투자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82%인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조세피난처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국가별로는 영국, 네덜란드, 홍콩으로의 투자신고가 우리나라 전체 조세피난처 해외직접투자 신고금액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비중이 5%이상인 조세피난처 국가는 영국, 네덜란드, 홍콩, 캐나다, 싱가포르 등 5개국이다.

관세청은 향후 자본유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강력한 단속을 추진할 계획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불법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의 증가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고, 불법 유출된 자본이 비자금 조성 등을 위해 사용된다면 기업간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며 "외환당국과 협의를 통해 지금까지 불법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용역·자본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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