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우수' 지나고 '경칩'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1.02.2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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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조짐 경매시장, 투자 관점은 어떻게?

경매시장에서 아파트의 낙찰률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 특히 버블세븐지역(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의 낙찰률 상승이 두드러진다. 부동산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월1일부터 15일까지 버블세븐지역의 낙찰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대비 2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강남구의 일부 고가 아파트의 경우 낙찰가가 감정가를 넘어서고 있다.

낙찰률은 경매 진행건수를 낙찰건수로 나눈 값으로, 낙찰률이 높을수록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경매시장에서 낙찰률이 높아지면 일반 부동산시장에서 매수세가 살아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에 비해 낙찰률이 급등한 곳은 서울시 서초구, 송파구, 용인시다. 지난달 24.4%의 낙찰률을 기록했던 서초구는 이달 15일까지 33.5%포인트 증가한 57.9%를 나타냈다. 33.3%의 낙찰률을 보였던 송파구 역시 28.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송파구는 버블세븐지역 중 가장 높은 61.5%를 기록했다.

지난달 바닥권 낙찰률(12.3%)을 보인 용인도 40%대로 급상승했다. 용인시는 28.3%포인트 상승한 40.6%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아울러 평촌도 15%포인트 상승한 48.3%의 낙찰률을 보였다. 강남구는 지난달보다 소폭 상승하며 47.6%를 기록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이달 들어 수도권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상당히 늘었음이 확인됐다"면서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부동산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거래 활성화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목동, 분당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목동지역은 지난달 29.2%에서 가장 많은 낙폭을 기록하며 21.4%로 떨어졌다. 지난달 고공비행 했던 분당 역시 45.0%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경매시장 '우수' 지나고 '경칩'


◆유찰가 넘기는 아파트 늘어난다


지난 7일 북부지법에서 열린 경매에서 2회 유찰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초안아파트 전용 39.6㎡의 경우 17명이 몰리면서 감정가(1억6000만원)의 97.36%인 1억5577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직전 유찰가인 감정가의 80%(1억2800만원)보다 2777만원이나 높은 금액이다.

또 지난 11일 경기지역에서는 2회 유찰된 용인시 기흥구 상하동 인정프린스 전용 84.72㎡가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감정가(1억8000만원)의 95.56%인 1억72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이 역시 직전 유찰가(80%)보다 2800만원 높다.

낙찰률이 상승하는 것과 더불어 낙찰가율도 상승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같은 시기 수도권에서 2회 유찰된 아파트 76건 중 44.75%인 34건이 직전 유찰가를 넘겼다. 수도권아파트 10건 중 4.5건이 직전 유찰가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8월 기록한 15.63%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11월의 31.78%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다.

면적별로는 중소형아파트(전용 85㎡ 이하)가 강세를 보였다. 22건 중 15건인 68.18%가 직전 유찰가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이는 2회 유찰된 중대형아파트(전용 85㎡초과) 54건 중 19건인 35.19%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2회 유찰 물건 27건 가운데 14건인 51.85%가 직전 유찰가(감정가의 80%)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전달(57.45%)보다 5.59%포인트 감소했지만 2달 연속 50%를 상회했다. 경기도가 47건 중 18건인 38.30%가 직전 유찰가를 넘겨 주인을 찾고, 인천은 2회 유찰 물건 2건 모두 직전 유찰가(감정가의 70%) 위에서 낙찰됐다.

이정민 부동산태인 팀장은 "통상 2회 유찰물건의 경우 직전 유찰가를 넘기지 않는 수준에서 낙찰되지만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거나 호황일 경우 이런 일이 흔히 발생한다"며 "이럴 때 일수록 1회 유찰물건이나 시세보다 낮은 새로운 건에 관심을 갖는 것이 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매지표에 따라 투자 성향 바꿔야

부동산 경매시장의 주요 지표는 크게 낙찰률, 낙찰가율, 경쟁률 등 세가지다. 낙찰률은 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의 비율,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을 뜻한다. 경쟁률은 말 그대로 물건별 입찰참여자의 비율이다. 이들 세지표는 모두 부동산 경기의 지표로 활용된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진다는 심리가 강하면 낙찰률과 낙찰가율, 경쟁률이 높아진다. 대신 물건수가 변수다. 매물이 크게 늘어난다면 낙찰가율이 낮더라도 경쟁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의 저서 <경매 100일 프로젝트>에 보면 경매지표에 따라 투자 성향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찰률, 낙찰가율, 경쟁률이 오르면 예상가격보다 조금 더 올려야 낙찰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대라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요즘처럼 주요 경매지표가 바닥권 탈출을 시도하는 분위기라면 보다 공격적으로 입찰에 응해야 낙찰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경매는 2등과의 격차가 적을수록 환영받는 게임이다. 시장참여자의 성향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이라는 의미다. 주요지표의 변화에 민감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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