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최대 위기…리비아 시위, 수도까지 확산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2.2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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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내부 분열, 국제여론 악화…카다피, 무력진압 강화 또는 퇴진 기로

카다피, 최대 위기…리비아 시위, 수도까지 확산


42년간 '철권통치'를 이어온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거세지는 민주화 시위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유혈진압의 강경 일변도를 지속할 것인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처럼 결국 퇴진을 선택할 것인지 갈림길에 섰다.

리비아 북부 항구도시 벵가지에서 촉발된 시위는 21일(현지시간) 수도인 트리폴리까지 확산됐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유혈진압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불씨가 리비아의 심장에까지 도달한 것.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트리폴리에서는 카다피의 퇴진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트리폴리 중심지인 그린광장에 진출했으며 방송국과 관공서를 점령하는 등 거센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보안군과 무장한 친정부 세력의 무차별적인 진압에 희생도 컸다. 심지어 군용기가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알아라비아TV는 이날 트리폴리에서만 16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시위 발생 이후 지금까지 총 4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트리폴리뿐만 아니라 동부 지역 여러 도시에서도 민주화 시위는 거세게 확산돼 일부 지역은 시위대가 시가지를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제2 도시 벵가지에서는 1969년 쿠데타 이전의 왕정 시절 국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시위의 불길을 잡지 못한 카다피는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했다. 지지자들의 결속을 호소하며 정권 수호 의지를 다졌지만 내부 분열은 이미 시작됐다. 군과 상당수 정부 인사들이 이탈하면서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날 무스타파 모하메드 아부드 알-젤레일 리비아 법무장관은 정부의 무력진압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특히 정권 유지의 버팀목인 군에서는 일부 세력이 시위대 쪽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또 상부의 시위 진압 명령을 거부하거나 망명에 나서는 등 이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TV는 리비아 군 장교들이 성명을 발표해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하고, 사병들에게 시위에 참여하도록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공군 전투기 2대는 인근 국가인 몰타에 착륙해 조종사들이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악화됐다. 주요 국가들은 교민 철수를 서둘렀으며 다수 기업들도 생산과 영업 활동을 중단했다. 전세계 곳곳에서는 지지 시위가 잇따랐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리비아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을 강하게 비난하며 리비아 정부에 국민 인권 존중을 요구했다. 그는 "국제사회와 함께 리비아 정부의 무력행사를 강하게 비난한다"며 "이제 이같은 용인할 수 없는 유혈참사를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날 카다피에게 전화를 걸어 무력진압 중단과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유엔 주재 리비아 대표부는 더이상 카다피 정권 소속이 아니라며 국제기구의 자국 사태 조사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도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리비아 정부의 무력진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리비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 관찰대상(rating watch negative)'에 올렸다.

한편 알아라비아TV는 이날 베네수엘라 도피설이 돌았던 카다피가 이날 국영TV에 나와 "나는 트리폴리에 있다. 베네수엘라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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