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석유 생산량 비중 2%..유가 왜 오르나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2.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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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유가 유독 리비아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지난 주말 동안 16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21일(현지시간) 전자거래에서 6% 이상 급등했다.



CNN머니는 리비아 사태에 유가가 급등세로 반응하는 이유는 리비아가 최근 소요가 발생한 국가 중 첫 석유 수출국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리비아는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석유 생산량이 165만배럴인 북아프리카 최대의 석유 생산국이다. 리비아는 석유 외에도 하루에 수십만 배럴의 천연가스와 다른 종류의 액화 석유류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 및 가스 저널에 따르면 리비아는 개발되지 않은 석유 매장량이 440억배럴로 추산되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다.

하지만 석유와 에탄올, 천연 액화가스를 포함한 총 에너지 생산량은 러시아가 1010만배럴, 미국은 980만배럴, 사우디 아라비아는 857만배럴이다. 또 전세계가 하루에 소비하는 석유류는 8750만배럴이다.

그렇다면 리비아가 전세계 석유류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한데도 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노무라증권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리서치 대표인 앤 웨이먼은 리비아의 위기가 다른 석유 수출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 불안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다른 석유 수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해 석유시장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먼은 특히 석유 트레이더들이 바레인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레인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 아라비아 동쪽에 인접해 있어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사우디까지 들썩일 수 있다.

웨이먼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물러나도 당분간 정치 불안과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리비아에서는 일부 파업으로 석유 생산이 줄고 있으며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정보 및 분석기관인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21일 리비아 나푸라 유전의 석유 생산량이 파업 때문에 줄었다고 밝혔다.

또 리비아 동부 알-주와이야 부족은 정부가 시위대를 향한 살상을 계속할 경우 석유 공급을 방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웨이먼은 "이는 당분간 시장이 대처해야 하는 우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줄리안 제섭은 "리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긴 하지만 석유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12개 OPEC 회원국 가운데 석유 생산량은 9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석유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감지되면 사우디 아라비아가 증산을 통해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현재 생산 능력보다 적은 하루 30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제섭은 지난해 여름 이후 유가가 올랐던 것은 정치적 긴장이나 공급 부족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가가 더 오르면 재정위기로 고군분투하는 유럽 경제에 부담이 되겠지만 글로벌 경제 전반적으로는 대처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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