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사현장 잇단 피습, 국내 건설사 '비상'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1.02.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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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마다 비상계획 마련 분주, 당분간 수주활동도 중단 불가피

국내 건설사들이 시공 중인 리비아 공사현장에 대한 현지인들의 피습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리비아의 정정 불안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현지 진출한 건설사들은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1일 해외건설업계와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업장에 현지인들이 피습, 현장을 점거한 뒤 기물을 파손하고 약탈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리비아 공사현장 잇단 피습, 국내 건설사 '비상'


지난달 현지인들은 데르나 주택건설 현장을 연이어 피습한데 이어 이달 17일에도 같은 현장을 다시 한 번 습격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리비아 벵가지 인근 대형건설사 공사 현장과 숙소를 침입해 컴퓨터와 중장비 등을 훔쳐갔다.

피습당한 현장의 한국인 직원 17명은 다른 대형건설사가 시운전 중인 트리폴리내 발전소 건설현장으로 피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트리폴리발전소의 경우 국가 기간망이라는 특성 때문에 리비아 군대가 경계경호를 서고 있어 비교적 안전이 보장되는 곳이란 게 해당 업체의 설명이다.



이날은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인식돼 왔던 트리폴리의 국내 건설사 현장에 현지인들이 난입, 현지 직원들이 부상당하는 사건까지 발행했다.

문제는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민주화 물결이 북아프리카 전반으로 퍼지면서 정정이 불안해지자 이같은 현지인들의 피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리폴리의 경우 카다피 대통령의 정치기반이어서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날 피습으로 트리폴리마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리비아 건설시장은 북아프리카 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가다. 연도별 수주액을 보면 △2007년 54억달러 △2008년 15억달러 △2009년 31억달러 △2010년 19억달러 등으로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략수주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각 건설사는 본사 차원에서 비상상황에 대비해 대책반을 속속 가동하고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 가장 치안이 불안한 데르나와 벵가지에서는 공사를 중단하고 일시 피신해 있기로 했다.

발전소 등의 플랜트 건설공사가 많은 트리폴리는 국가 기간망을 보호하기 위해 군인들이 치안에 투입돼 불안감이 적은 편이지만 이날 피습사건이 발생한 만큼 만약을 대비해 공항 등으로 피난하는 등의 비상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트리폴리마저 습격을 받았다면 더이상 리비아에는 안전지역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현장은 현장별로 대처방안이 있고 주리비아 대사관과 공조해 비상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리비아의 정정 불안이 지속되자 북부아프리카 최대 건설시장인 리비아에서의 수주 활동은 당분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리비아와의 정치 분쟁으로 해외건설 수주활동이 주춤한데 이어 이번 사태까지 번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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