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10 VS 94'…부실 전이를 막는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1.02.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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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와 94개'

금융당국은 104개 저축은행을 이렇게 나눴다. 18일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면서다.

영업 정지보다 더 눈에 띄는 게 이 분류다. 10개는 안 좋은 회사다. 이날 영업정지를 당한 2곳과 부산저축은행 계열 3개사도 포함된다.



94개는 괜찮은 곳으로 분류된다.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안전한 곳이다. 부실 우려도 높지 않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한목소리로 장담했다.

배경은 '심리 안정'이다. 뱅크런(예금 인출)에 따른 저축은행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예금 인출이 상당한 규모로 이뤄졌다. 지난달 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속도가 더 빨라졌다. 부산저축은행과 대전저축은행도 비슷한 사례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가 '10 vs 94'의 차별화다. 금융당국은 이날 이례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인 저축은행 명단을 공개했다. 5% 미만인 저축은행은 보해 도민 우리 새누리 예쓰 저축은행 등 5개사.

금융당국이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스스로도 "전례가 없는 일" "처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였다. 그만큼 '위험'이 우량 저축은행으로 옮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중요한 고비를 지나고 있다"며 "부실의 싹을 어떻게 분리할지, 이전을 막을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단 공개뿐 아니라 내용도 알렸다. 보해저축은행은 지난 8일 320억원 대주주 증자 등 자체 정상화가 진행 중이며 도민저축은행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받아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등 구체적 설명을 곁들였다.

영업정지를 당한 2곳과 부산 계열 3개사에 대해서도 '낙관'을 설파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모든 내용을 알렸다. 부산 계열이나 나머지 5개 회사의 상황을 보고 판단하면 되고 대주주도 현 흐름에 맞춰 판단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언급 없이 괜찮다고만 했던 과거 금융당국의 입장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신 94개 저축은행에 대해선 강하게 옹호했다. "과도한 예금인출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 상반기중 부실을 이유로 영업정지 조치를 추가적으로 부과할 곳은 없을 것"(금융당국 고위관계자)이라는 얘기다.

여기엔 '뱅크런만 없다면'이란 단서가 붙는다. 현재 지표로 보면 단기간 내 부실이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우려되는 지점은 과도한 예금 인출뿐이다. 예금자가 돈을 찾겠다고 난리를 치면 모든 저축은행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차별화를 통한 심리 안정을 꾀하는 이유다.

그렇기에 '유동성 지원' 카드를 꺼냈다. 심리 안정을 위한 당국의 복안이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이다.

정책금융공사와 시중은행을 통해 추가 확보한 돈이 2조원이다. 기존분까지 합치면 3조원 가량 된다. 한국증권금융도 환매조건부 채권거래(RP)와 유가증권 담보대출 등을 통해 1조원의 유동성을 직접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에 대형 저축은행이 보유한 유동성을 합치면 실탄이 10조원이 넘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탄은 충분히 있다"며 "정부의 시장 안정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차별화 조치와 병행해 계약 이전(P&A) 방식의 부실저축은행 정리 작업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오는 18일 삼화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처럼 다른 저축은행 매각도 속도전으로 전개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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