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어카운트 "아울렛갈까 백화점갈까"

머니투데이 최명용 기자 2011.02.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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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지금 '랩 혁명']1-②

백화점에선 수백만원이 넘는 명품도 아울렛 매장에선 절반 가격에 살수 있다.
시내 백화점에서 편리하게 쇼핑을 즐기는 대신 비용이 따르고, 아울렛은 도시 외곽으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

증시의 새 화두로 떠오른 랩어카운트 투자에서도 아울렛과 백화점식의 선택이 가능해지고 있다. 낮은 수수료와 가입 한도로 투자자들의 발길을 끄는 증권사들이 등장했다. 반면 '비용'에 걸맞는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곳들도 많다.



◇"수수료보단 고품질 서비스를"

랩 어카운트의 대표상품으로 부상한 자문형 랩 어카운트의 확대를 주도해온 증권사들이 본격적인 '물관리'에 나섰다. 비용보다는 서비스의 질을 따지는 고액 자산가들의 입맛에 맞는 고급 백화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중 운용 성과 및 리스크 분석을 통해 일부 부실 자문사와 계약 연장을 중단키로 했다. 특정 종목을 과도하게 매입하거나 차별성이 없는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곳이 대상이다. 자문계약을 맺고 있는 32개 자문사 가운데 5곳이 걸러질 예정이다.
증권사내 랩어카운트 운용인력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관리도 강화키로 했다.

삼성증권도 지난해 하반기 1개 자문사에 대해 신규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도록 통보했고 대우증권은 '자문사선정위원회 심의기준'을 통해 성과가 부진한 자문사 3곳을 솎아 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외에 대형 증권사들은 중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랩, 헤지펀드에 재투자하는 랩, 복수의 매니저가 관리하는 랩 등 새로운 형태의 랩어카운트를 선보이며 고객 선택지를 더욱 넓히고 있다.

◇미래에셋, 현대증권 '판도라 상자' 열다


자문형 랩 시장 분화의 단초는 미래에셋이 던졌다. 자문형 랩 판매규모가 만만치 않으면서도 펀드자산 이탈 우려로 사태를 관망하던 미래에셋은 고액 자산가용 상품이라며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던 랩어카운트의 수수료 문제로 시장의 중심에 섰다.

박현주 회장은 "시중 금리가 4%라는 점을 고려할 때 증권사들이 랩어카운트에서 3%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적정한지 의문이 든다"며 "미래에셋은 고객 입장에 서서 수수료율 인하를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자문형 랩어카운트 수수료를 기존 3%에서 1.9%로 일괄 낮췄다. 신규 고객 뿐 아니라 기존 고객들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1억원을 투자한 고객은 연간 101만원 가량(투자원금 기준)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수수료 인하를 검토해 온 현대증권도 당초 예상보다 앞서 수수료 인하대열에 동참했다. 가입금액별로 최고 3.0%에서 최저 1.5%였던 랩어카운트 수수료를 1.5%에서 1.0%%까지 낮췄다. 기성복인 주식형펀드 수수료 2.2%보다 맞춤복 값을 더 낮춘 셈이다.

현대증권은 랩어카운트 가입 한도도 종전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췄다. 더 많은 고객이 부담없이 자문형 랩어카운트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었다.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랩어카운트는 사실상 정형화된 상품인데도 증권사들이 비싼 수수료를 받아왔던 게 사실"이라며 "재작년말부터 대중화방안을 검토해 왔고 일정 수준 규모를 갖춰 수수료 인하 여력이 생겼다"고 밝혔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일단 투자자들은 즐겁다. 수수료가 싸지든, 서비스가 높아지든, 선택의 폭은 넓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한 수수료 경쟁은 부실운용으로 이어져 투자자들의 랩 어카운트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차별 없는 붕어빵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높은 수수료로 배만 불리는 금융회사들 역시 고객들의 외면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다는게 증권업계의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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