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뒤 입주단지 전세도 "씨말랐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02.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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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 '전세품귀' 현상… 빌라 전셋값도 올라

석달뒤 입주단지 전세도 "씨말랐다"


"4월에 입주할 전세도 3000만원 웃돈을 얹어 내놓으면 이틀을 안 넘기고 나가죠."(서울 성북구 종암동 공인중개사 L씨)

성북구는 올들어 서울시내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지난 1월 한 달간 성북구 전세가는 1.84% 뛰어 서울 전체 상승률(0.63%)보다 2배 넘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세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그동안 성북구 일대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인식되면서 최근들어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종암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학군 배정 수요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지만 물건은 매우 귀한 상황"이라며 "3개월후 들어갈 수 있는 66㎡대 아파트 전세를 연말보다 3000만원 높여 1억9000만원으로 올려 내놓았는데도 하루 만에 계약될 만큼 전세잡기 전쟁"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5단지 112㎡짜리 전세매물은 4월 입주 예정인데도 미리 계약하려는 입주자들이 몰렸다. 잠실동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3년된 아파트지만 전셋집을 미리 구하려는 신혼부부가 2억4000만원에 선계약을 했다"며 "이 지역 전셋값은 두달새 평균 2000만원 넘게 뛰었고 새아파트는 물건이 거의 없어 상승폭도 더욱 크다"고 전했다.
석달뒤 입주단지 전세도 "씨말랐다"
곳곳에서 '전세 품귀' 현상이 일고 있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김모(34)씨는 회사가 경기도 과천이어서 사당동 인근 아파트를 구하려고 했지만 이를 포기하고 대신 지은 지 2년 된 빌라를 택했다. 김씨는 56㎡짜리 빌라를 1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했다.

현재로선 마땅한 전세 물건도 나오질 않고 가격마저 최근 한두달새 수천만원이 뛰는 바람에 김씨처럼 빌라로 돌아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빌라 전셋값도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다.



사당동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5년된 79㎡ 아파트 전세값이 2억3000~2억4000만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3000만원 가량 올랐다"며 "일부는 전세만기 전인데도 이사철을 앞두고 물건이 없을까봐 미리 예약해두고 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내집마련보다 전세나 월세수요가 늘어나는 데 따른 공급과 수요의 '엇박자' 때문이다. 부동산114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거주자 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1분기 주택거래소비자인식조사'에 따르면 향후 6개월내 집을 사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자료 : 부동산114ⓒ자료 : 부동산114
이 조사에선 또 '6개월후 이사할 것'이란 응답자 가운데 57.7%는 전·월세로 옮길 것이라고 답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포인트 늘었다. 당분간 전셋값 상승이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동안 전셋값이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올랐다면 최근엔 대형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성북구의 경우 전용면적 기준 60㎡ 이하 전셋값은 지난해 12월 1.96% 상승한 후 올 1월 1.66%로 상승폭이 둔화됐다. 반면 85㎡ 초과 대형은 같은 기간 1.29%에서 2.18% 올라 상승폭이 더욱 커졌다.


용인의 경우도 85㎡ 초과 전셋값 상승률은 1월 4.30%를 기록, 지난해 12월 3.32%보다 높아졌다. 같은 기준으로 광명은 1월 2.56% 올라 1개월 전 상승률(0.93%)에 견줘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호연 부동산114 연구원은 "매매가 상승도 과거처럼 크지 않아 전세에 머무르려는 경우가 많다"며 "새아파트 입주물량도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 수급불균형에 의한 전세물건 부족 현상은 대형으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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