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얇은 주당들의 아지트이자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서민들의 먹거리들로 넘쳐나던 이 거리는 도시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우리의 추억 속으로 점차 사라져 갔다. 기본 20년 이하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말이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맛집들 중 지금은 소수의 몇곳만이 남아 과거 그곳이 피맛골 이었음을 기억하게 하게 한다. ‘육미’도 그 중 하나다.
저렴한 가격이 믿기지 않을 만큼 커다란 접시 가득 담겨 나오는 모듬꼬치는 얼핏 보기에도 반지르르한 윤기가 입맛을 돋운다. 맷돼지, 닭모래집, 마늘, 은행, 새우 등 평균 8~9가지 정도의 꼬치를 내는데 직접 주인장의 눈썰미로 오랜 시간을 들여 구워낸다. 단골들이 손꼽아 칭찬하는 육미의 꼬치는 자칫 잘못 구우면 질겨질 수 있는데 재료들을 적당한 불 조절과 시간으로 정성껏 구워내기에 부드러우면서도 불맛 가득한 꼬치가 탄생될 수 있었다고. 푸짐한 양에 행여 남길까 앞서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한접시를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자꾸 손이 가게 만드는 중독성 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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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이 계절이 제격인 과메기는 육미의 효자 메뉴로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자자하다. 꽁치나 청어를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서 반건조 상태로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으로 보통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 김, 쪽파와 함께 싸서 먹는다. 겨울 해풍에 제대로 건조해야 비린 맛이 없이 특유의 감칠맛이 도는데 오래 전부터 믿고 거래해 온 포항 구룡포에서 올라온 이곳의 과메기는 과연 그 모양새부터가 반투명하게 말갛고 윤기가 자르르 돈다. 깻잎이나 김 위에 다시마, 과메기, 쪽파를 얹어 먹어보니 자칫 비리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쫀득쫀득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감치는데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미 어느 정도 과메기에 익숙해진 이들은 다른 부재료 없이 초장만 곁들여 먹어보길 권하고 싶은데 쫀득함과 고소한 맛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해산물이 조금 부족하다 싶은 이들은 겨울철 별미인 벌교꼬막이나 회무침을,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이들에게는 칼국수나 냄비우동을 추가해도 좋을 듯하다. 코끝이 찌릿할 정도로 차가운 공기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꼬치 안주 삼아 막걸리 한사발 걸치면서 풍류를 즐기는 신 낭만주객이 되어보자.
찾아가는길 : 1호선 종각역 3번 출구 피자헛 옆 골목 50m 직진 오른편 위치
메뉴 : 회무침(소) 1만3000원 먹물오징어찜 1만원 벌교꼬막 1만5000원 막걸리 2500원
연락처 : 02) 738-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