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LCD 증설경쟁…업황 회복에 찬물?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11.02.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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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만 이어 중국도 증설에 가세..2분기 반등 기대에 부담으로 작용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9개월째 연속 하락세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LCD 패널업체의 증설 경쟁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LCD 업황 개선 속도에 적잖은 변수로 대두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한-중-일 LCD업계 7세대 이상 증설라인 총 생산능력(월 평균) 증가추이(단위:천장) ↑2010년 이후 한-중-일 LCD업계 7세대 이상 증설라인 총 생산능력(월 평균) 증가추이(단위:천장)


◇韓-臺-中 증설 경쟁 '후끈'=LG디스플레이 (10,320원 ▲40 +0.39%)는 지난해 4조9000억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를 단행한데 이어 올해도 총 5조을 투자키로 결정했다. 이 중 절반인 2조4000억원이 파주 디스 플레이 단지 내 건설 중인 9공장(P9) 8세대 LCD 생산라인을 구축하는데 소요된다.

올해 3월부터 양산에 돌입하는 파주 8세대 LCD 증설라인(월 6만8000장)과 연말부터 가동될 P9 신규라인(월 6만장) 생산분을 합치면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LCD 생산능력은 작년 월 24만장에서 내년 초 36만8000장 규모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도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4조1000억원을 올해 LCD 시설투자에 집행할 예정이다. 특히 능동형발광다이오드(AMOLED) 부문에 전년 대비 3.4배에 달하는 5조4000억원 규모가 투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공격적인 확장기조를 잇고 있는 셈이다.

당장 지난해부터 투자해온 8세대 증설라인(8-2-2)이 올 1분기 중 정상 가동될 경우 이 회사의 8세대 생산능력은 전년 25만장에서 올 상반기 32만장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08년 LCD 시장 불황 당시 시설투자에 망설였던 대만 경쟁사들도 이번만큼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만 AU옵트로닉스도 최대 3조6140억원(US32억 7000만 달러)을 올해 시설투자비로 책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12% 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해 1분기 중 월 6만장 규모의 8세대 증설라인이 추가로 가동된다. 이를 감안해 올해 이 회사의 LCD 생산능력은 전년보다 12~13%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밖에 중국 LCD제조사인 BOE와 차이나스타도 8세대 LCD 생산라인을 구축, 각각 7월과 12월쯤 월 4만5000장 규모의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도 8세대 TFT LCD 생산시대를 개막하며 한국과 대만의 대면적 생산 경쟁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디스플레이서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LCD업계가 작년부터 투자해온 7세대 이상 LCD 생산라인의 올 연말 기준 월 평균 생산능력은 작년 말 대비 22.7% 증가한 198만 9000장 수준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면 올해 LCD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13% 성장한 2억1500만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됐다.

◇LCD 업황개선 속도 '최대 변수'로 작용=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주요 LCD제조사들이 불경기 속에서도 올해 투자를 확대한 데는 태블릿PC 등 스마트 IT기기 시장과 TV부문에서도 중국 및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 수요가 부각되면서 향후 시장 호황국면에 대비한 유리한 입지를 점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요 LCD제조사들의 이같은 증설경쟁이 현재 바닥을 통과 중인 LCD시황 회복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CD 전체 시장규모가 전년 대비 10% 가량 성장이 예고된 반면 패널공급량은 이를 뛰어 넘어설 것"이라며 "올 초 TV용 패널 가격 하락세가 다소 안정화되면서 2분기쯤 LCD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가격하락세를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전년보다 LCD 패널공급량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제조사들마다 스마트IT기기, 3D 디스플레이 패널, AMOLED 등으로 투자가 차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처럼 전체 LCD 가격 급락기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안현승 사장은 "국내 및 대만기업들의 투자내역을 뜯어보면 주요 거래선 및 제품영역에 따라 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비관적인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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