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세종시' 과학벨트에 여권 분열

머니투데이 박성민 기자 2011.02.0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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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당 지도부가 나서서 자제를 요청했지만 당내 갈등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과 당직자들은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원점에서 논의하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의 공약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대구경북 지역의 의원들은 다른 지역도 과학벨트를 유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7일에는 대전광역시장 출신의 박성효 최고위원과 안상수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박 최고위원이 "설을 쇠고 덕담을 나누는 것이 도리인데 충청은 그러지 못했다"며 과학벨트 관련 비판을 시작하자 안 대표가 "비공개 회의 때 논의하자"고 제지한 게 발단이었다.

이후 박 최고위원과 안 대표는 짧은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발언권을 얻지 못한 박 최고위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공약이 이렇게 우습게 변질될 수 있는가에 도민들은 분개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제는 일 하는 대통령에서 나아가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대구경북(TK) 의원들은 공식적으로 과학벨트 문제는 정치적 쟁점으로 삼아서는 안 되고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도 무조건 이행할 수는 없다는 수준의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TK 의원들이 물밑에서 유치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초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만든다고 사실상 확정된 상황임에도 TK가 계속 거론되는 것 자체가 물밑 작업이 활발하다는 방증"이라며 "TK 지역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힘을 모아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가 지역구인 장윤석 의원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대운하도 대통령 공약이었지만 국민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며 "공약도 현실적으로 못할 수도 있고, 공약대로 하는 것이 유용한 지 판단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친박(친 박근혜)계는 일단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과학벨트 관련 발언을 내놓을 경우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으로 읽힐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한 친박계 의원은 "과학벨트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정부가 정책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지만 어느 지역에 유치돼야 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당내 갈등이 거세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자제하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원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당내 충청권의 불만을 제대로 추스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당내 다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과학벨트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당 지도부는 매일같이 발언을 자제하라고만 한다"며 "이제 어디가 선정되더라도 세종시 사태와 비슷한 수준의 후폭풍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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