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시스 매각, 사실상 무산

더벨 민경문 기자 2011.01.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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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식차로 인수 후보들과 협상 중단

더벨|이 기사는 01월28일(15:5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전자지불서비스 1위 업체인 이니시스 (11,180원 ▲10 +0.09%)의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니시스 최대주주 미국계 바이시스 캐피탈 펀드(Vicis Capital Master Fund)가 본입찰 참여 업체들과의 협상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모회사인 크레인파트너스가 대리인 자격으로 일부 외국계 업체들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매각 측 관계자는 “가격과 관련해 인수 후보와의 의견 차이가 적지 않았다”며 “만족할 만한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매각 작업을 재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시스캐피탈은 지난 2008년 7월 이니시스 지분 29.18%를 약 602억원에 인수했다. 3개월 후 이니시스가 발행한 364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매입했다. 이를 신주로 전환할 경우 총 지분율은 63.83%에 이른다.

바이시스캐피탈은 지난해 중순 이후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와 접촉하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NHN, SK텔레콤,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굵직굵직한 후보들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흥행이 점쳐졌다.

하지만 정작 본입찰에서 이들 국내 업체들이 전부 불참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외국계와 함께 가격 경쟁을 유도하려 했던 매각 측으로선 김이 빠져버린 셈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바이시스캐피탈이 처음부터 너무 무리한 가격을 기대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지불결제 단말기업체인 케이에스넷이 남아공업체에 무려 2700억원이라는 거액에 팔린 것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에는 이니텍을 매각해 1년여 만에 두 배에 가까운 차익을 올려 자신감이 더해진 상태였다.

LOI를 제출했던 국내업체 관계자는 “매각 측에서 EBITDA(상각전영업이익) 20배 이상의 가격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니시스의 2009년 EBITDA가 약 82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6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당시 국내 업체들은 이니시스 인수에 1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무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쟁업체인 LG유플러스가 1200억원 가량을 인수금액으로 책정하기도 했지만 바이시스캐피탈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사실 1200억원 정도만 받아도 내부수익률(IRR)은 20%에 달할 것”이라며 “일반 사모펀드(PEF)라면 나쁘지 않은 수익률이지만 바이시스캐피탈이 헤지펀드 성격에 가까워 그 정도로는 만족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니시스가 다시 매물로 나온다 해도 지금으로선 원하는 가격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당초 LOI를 제출했던 NHN, SKT, 다음 등이 재입찰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사라는 이유로 입찰 참여를 거부당한 LG유플러스가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경우 40%에 달하는 이니시스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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