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보금자리돼야 홀로 키운 딸 시집보내요"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01.2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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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 보금자리 일반공급 첫날] 내집마련 꿈위해 한파속 발걸음

강남·서초 보금자리주택 일반공급 본청약 접수처인 LH공사 '더그린' 홍보관.강남·서초 보금자리주택 일반공급 본청약 접수처인 LH공사 '더그린' 홍보관.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27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더그린' 홍보관 앞. 동장군의 위세도 아랑곳 않은 채 강남·서초 보금자리주택 일반공급 본청약 첫날 접수장을 찾는 발길이 아침부터 이어졌다.

개장시간인 오전 9시 이전부터 10여명의 신청자들은 발을 구르며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날씨를 감안한 LH의 배려로 접수를 미리 시작했다. 30여분이 흐르자 내집마련을 위한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발걸음이 모여들며 접수장을 금새 채웠다.



오형선(가명·63)씨는 1983년 6월부터 붓기 시작한 청약저축 통장을 꺼냈다. 무려 28년간 내집마련의 꿈을 위해 적금을 부은 것이다. 오씨의 통장에는 3316만원이 찍혀있었다. 보통 청약저축 납입금액이 1500만~2000만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당첨권에 드는 금액이다.

오씨는 강남 세곡지구 74㎡나 84㎡에 신청할 생각이다. 오씨는 중구 신당동 전세아파트에 남편없이 홀로 살고 있다. "예전에 상계동하고 수서에 신청했다가 떨어져 그 이후로 아예 신청도 안했지. 큰 올케가 돈을 좀 꿔주면 이번에 넓은 평수를 신청하려고 답을 기다리는 중이야. 3월이면 전세 만기인데 이젠 이사 다니기도 힘들어. 이번엔 꼭 될 거야."



"이번에 보금자리돼야 홀로 키운 딸 시집보내요"
지난 24일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신청했던 유화비(47·개포동)씨는 이날 일반공급 신청을 위해 다시 찾았다. 유씨는 지난번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강남 세곡지구 59㎡를 신청했다.

남편과 상의한 결과 아무래도 다섯 식구가 살기엔 좁을 것 같아서 좀 더 넓은 서초 우면지구 74㎡를 신청했다. 유씨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첫째를 비롯해 중·고생 1명씩 모두 세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유씨는 "개포 주공1단지에 전세살고 있는데 아이들도 크고 집도 좁아 결혼한 지 20년 만에 내집마련의 기회가 와서 보금자리주택을 신청했다"며 "시댁이 전라도라 위치상 강남 세곡이 다니긴 편하지만 문화시설이나 집 크기를 고려하면 서초 보금자리에 당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서초에 당첨되면 전세금과 모아둔 돈을 합치고 1억3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아 집값을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의 경우 홍보관 상담원과의 긴한 상담 끝에 본인들의 청약저축액으론 당첨 가능성이 크게 떨어져 아쉬움을 뒤로 한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들 중엔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어 주위가 숙연하기도 했다.

김분례(56·월계동)씨도 애절한 사연을 전했다. 김씨는 15년전 남편을 여의고 파출부 일을 하며 두 딸을 키웠다. "첫째 딸 나이가 스물아홉이고 둘째는 스물여섯이에요. 나이가 꽉 차서 시집가야 하는데 사위도 맞고 하룻밤이라도 재우려면 집이 좀 넓어야 해요. 지금 살고 있는 영세민 아파트로는 딸 결혼도 못시켜요."

김씨의 청약저축 납입액은 2080만원. 고된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꾸렸지만 소득을 증빙할 만한 서류가 없어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신청하지 못했다.

김씨는 "은평에도 신청했다가 떨어진 적이 있는데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밝게 웃으며 마지막 인사말을 건넸다. "기자양반이 내 사연 좀 잘 말해 힘 좀 써 줘봐."

이날 일반공급 본청약은 청약저축 납임금 1000만원 이상, 무주택 가구주 기간 5년 이상인 수요자들에 한해 접수를 받는다. 앞서 진행한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은 54대 1,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38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LH에 따르면 일반공급 본청약은 오전 11시30분 현재 현장접수 150건, 인터넷 접수 1800건으로 8대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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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보금자리돼야 홀로 키운 딸 시집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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