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술도둑 다 있네, 사케 한잔 어때?

정지유 다이어리알기자 2011.02.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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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다이어리알 추천 맛집/서래마을 ‘오마에’

프랑스 마을 서래마을은 주민의 대다수가 프랑스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와인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요 몇년 사이 서래마을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와인공화국’보다 내노라하는 실력의 이자카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메인거리는 물론이고 한블록 들어가 있는 작은 골목 구석까지 크고 작은 이자카야들로 이미 포화상태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외부에서도 일부러 찾아 올만큼 유명 이자카야가 위치한 일명 ‘이자카야골목’은 상점 모두 각자 자신만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오마에’는 서래마을 이자카야의 후발주자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상권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 같아 탐탁치 않았을 터. 처음 오픈 당시에 ‘또 이자카야야?’하며 근처 비슷한 곳 중 하나로 여기는 이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나 실력과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오픈 4개월 차를 맞이한 새내기이지만 오마에는 벌써부터 꽤 탄탄한 단골 리스트를 자랑한다.



건물 이층에 위치한 오마에는 다른 이자카야와 비교해서 그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내부는 스시카운터, 오뎅바, 홀, 룸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동선을 고려해 계획적으로 나누어 놓아서인지 복잡하지 않고 쾌적한 느낌이다. 인테리어는 중간 중간 다양한 크기의 장식장을 일본술과 소품으로 꾸며 일본적인 색채을 더하기는 했지만 아기자기한 느낌보다는 전반적으로 간결하면서도 모던하게 꾸몄다.



주방도 셰프를 포함 다섯명의 주방스테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에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주방은 반쯤 오픈된 형태로 같이 붙어있는 스시카운터에 앉아 그 활발한 움직임을 직접 볼 수 있게 꾸몄다. 매장 중앙에 위치한 오뎅바는 특유의 비좁음 없이 넓은 공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어 술 한잔 가볍게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홀의 창가를 따라 넓게 배치한 테이블에 앉아 야경을 감상하거나 다양한 크기의 룸에서 조금 더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도 있다. 특히 룸은 완전히 독립적이거나 다다미 형식으로 반쯤 가려두어 목적이나 인원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 편안하게 모임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너이자 메인셰프인 김찬중씨는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후 일본의 유명 요리학교인 핫토리를 졸업한 유학파 출신의 실력가로 이곳의 음식은 퓨전 일식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다. 이자카야답게 주로 술에 어울리는 음식들 위주로 구성했는데 여기에 식재료나 조리법에 셰프의 창의력을 더해 만든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마에는 술도 술이지만 맛있는 요리들로 더 유명하다. 기본적으로 불 맛 가득한 꼬치나 그날의 신선도에 따라 달리 구성되는 사시미 등 많은 메뉴들이 고민이라면 셰프의 추천을 받는 방법도 있는데 오픈 당시부터 인기가 많다는 참치육회(2만원)와 쇠고기타다끼(2만원)를 골라보았다.

참치육회는 기름기가 적은 참다랑어살에 수제간장소스를 얹고 무순, 크리스피하게 튀긴 튀김소보루와 잣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드럽게 조리한 온센계란(온천계란)을 올려내는 메뉴이다. 겉만 살짝 익힌 온센계란의 노른자를 툭하고 터트려 우리네 육회식으로 채소와 함께 섞어 먹으면 되는데 노른자의 고소한 맛과 참다랑어살, 간장소스의 조화로움에 튀김소보루의 바삭바삭한 식감, 견과류까지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 마치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다.

술을 부르는 적당히 짭짤한 간장 맛뿐 아니라 상큼한 향과 맛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쇠고기타다끼는 술도둑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메뉴이다. 직접 만든 유자폰즈망소스 위에 불에 살짝 익혀낸 부드러운 쇠고기를 얹고 양배추볶음과 슬라이스한 그린빈스, 브로컬리, 다시마 그리고 치즈가루를 뿌려 같이 낸다. 불맛이 은은히 느껴지는 쇠고기는 같이 내는 아삭하게 볶아낸 양배추와 그린빈스를 함께 곁들여 먹는 것이 제대로 먹는 방법으로 자칫 특유의 향으로 맛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했던 치즈는 오히려 짭짭한 맛에 고소한 풍미를 더해 감칠맛을 더한다. 사케외에 요즘 주당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일본 프리미엄 맥주인 ‘프리미엄몰츠’와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이자카야계의 ‘만능엔터테이너’라 해도 부족함이 없으니 이번 모임 맛집 리스트에 올린다면 모두가 만족스러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위치 : 팔레스 호텔방면 서래마을입구 진입 파리크라상지나 맞은편 바이더웨이 골목으로 들어가 직진 서래목욕탕 맞은편 노다보울 건물 2층
메뉴 : 꼬치5종세트 1만5000원 메로미소구이 2만3000원 보리굴비 2만원
연락처 : 02)592-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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