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사라졌어요' 中 물가 억제가 부른 아이러니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1.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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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상승 불구 가격 통제에 업체 공급 중단…인플레· 가격통제 웃지못할 부작용 속출

↑캉스푸의 라면 제품↑캉스푸의 라면 제품


'매장에서 사라진 라면... 산지보다 싼 채소값 ...'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중국에서 웃지 못할 일들이 빚어지고 있다. 점증하는 인플레이션 압박에 중국 정부가 펼치는 강력한 물가 통제책이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아이러니한 현상들이다.

◇대형마트에서 사라진 라면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캉스푸의 라면 제품들이 최근 베이징, 충칭, 허베이 등 주요 도시 까르푸 매장에서 홀연 자취를 감췄다. 대만업체인 캉스푸는 중국 라면 시장의 50% 이상을 석권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이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게 된 발단은 지난해 11월 캉스푸가 가격 인상을 발표한 데서 시작한다. 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견디다 못해 일부 제품에 대해 10%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중국 40개 도시에서 150개가 넘는 매장을 열고 있는 까르푸는 캉스푸의 가격 인상을 거부했고 이에 캉스푸도 까르푸에 대한 납품을 중단했다.

정부 물가 당국의 억제 가이던스를 받는 까르푸 역시 쉽게 용인하기 힘든 결정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줄다리기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신화통신조차도 "진전이 없다"고 전할 정도로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가격위법행위 행정처벌 규정 개정안을 공포하고 불법적인 가격 담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으며 이에 소매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에서 고통을 받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라면을 구경조차 못하게 된 소비자들이다.

◇도매가 못미치는 소매가, 농촌서 더 비싼 채소값

업체들이 당국의 강력한 억제책에 섣불리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하며 도매가와 소매가가 역전되는 가격 왜곡 현상까지 빚어진다. 나아가 마진이 남지 않자 아예 상품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2일자로 17개 품목의 의약품 소매가격 상한을 인하했다. 중국경영망에 따르면 이 결과 일부 의약품 도매가가 소매가를 웃도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해당 제품을 팔지 않는 약국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같은 중국 당국의 가격 통제 결과 채소가 생산지인 농촌에서보다 도시 마트에서 더 싸게 팔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식용유 원료인 콩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식용유 제조업체들은 생산 중단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곽덕명 베이징대학 중국경제연구센터 교수는 홍콩경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억제 수단으로 용이한 가격 통제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혼란을 초래하고, 공급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예상보다 큰 폭인 10.3%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3%로 목표치 3%를 웃돌았다.

더구나 최대명절인 춘절(음력 설)을 앞두고 이번 달 물가상승 압박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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