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김병현이 투자한 기업의 몰락記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1.01.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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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한 코스닥자원개발사의 참담한 현주소

'조선족 출신 미국인이 운영하는 중국 석탄개발업체를 거느린 테러장비 기업''메이저리거 박찬호, 김병현, 프로골퍼 한희원도 투자한 기업'

최근 검찰 수사로 얼룩진 에너랜드 (0원 %)코퍼레이션의 4년 전 얘기입니다. C&S디펜스가 전신인 이 회사는 5년 전 대테러 특수장비 판매업, 경호경비업, 방산장비 수출업 등 29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2006년초 로버트웨슬리김이라는 이름의 미국인이 소유한 자원개발업체 이너몽골리아힐스광산개발(INNER MONGOLIA HILLS MINERAL DEVELOPMENT) 회사를 33억원을 주고 인수하면서 '격변'이 시작됐습니다.

2006년에는 조선족 출신으로 알려진 로버트웨슬리김씨가 자신의 회사를 에너랜드에 판 뒤 등기이사로 입성하면서 석탄,원유 및 우라늄 광업 개발 및 투자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2007년에는 37억4000만원을 주고 산서백항능원화공유한공사를 인수하며 중국대체에너지사업(메탄올 혼합연료사업)에 진출했고, 계속해서 중국선양 호텔인수 등 부동산개발을 위해 약 3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06년과 2007년 신주인수권부사채(BW)만 세 차례 발행했고, 피터벡파트너스(Peter Beck & Partners) 등 외국펀드로부터 50억5000만원을 투자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0년 1월과 8월에도 10억원씩 BW를 발행했습니다.

하지만 주가 흐름은 허무합니다. 증자물량 등을 환산할 때 2006년초 3만5000원을 넘기도 했던 주가는 현재 390원으로 거래정지된 상태입니다.


2007년 벽두에는 미국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와 김병현, 프로골퍼 한희원, 프로야구 선수 손혁 부부도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주가가 폭등, 3만원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당시 박찬호는 전신인 C&S디펜스의 제3자배정유상증자에 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또다른 메이저리거 김병현씨도 2억원을 투자했다고 회사측은 밝혔습니다.

에너랜드는 최근 5사업연도 동안 한 달에 최대주주가 2회 이상 변경된 적이 있을 정도로 주인이 자주 바뀌는 풍파를 겪었습니다. 지난 2005년 이후 최대주주는 7차례, 대표이사는 4차례 변경됐습니다.

수차례 BW를 찍어내면서 지난해 3분기말에는 잠재적 보통주의 수가 현재 주식 1735만4000주보다 훨씬 많은 2116만1703주입니다. 영업적자와 투자손실, 채무와 물량부담으로 만신창이가 된 에너랜드는 중국에 투자한 자산 약 320억원으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중국 투자자산마저 부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하반기 M&A큰손으로 불리는 남궁견씨가 인수자로 나섰습니다. 최대주주였던 피터벡은 남궁씨에게 BW 신주인수권을 팔고, 나머지 물량도 장내에서 팔고 떠났습니다. 남궁씨와 고려포리머 등은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면서 지분 61.6%를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에너랜드 전현직 임직원의 주가조작 등의 정황을 포착,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현 경영진 측은 2년전 주가조작 혐의로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장인철 대표 측이 피터벡 등 투자자에 상환해야할 부담에 못 이겨 증자대금을 횡령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메이저리거들도 투자했던 해외 자원개발업체가 증자와 적자,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얼룩지며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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