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9일(현지시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빈방문한 후진타오 중국주석과 약 1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 경제 인권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백악관)
◇경제: 통 큰 후진타오-실리 챙긴 오바마= 후 주석 방미 결과는 대체로 두 정상에게 '윈윈'이었다는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일인자를 직접 만나 인권과 경제 현안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전달하는 기회를 잡았다. 중국의 미국제품 구매 약속 등 경제 실리도 챙겼다.
중국이 지갑을 연 것은 '퍼주기'로 끝나지 않았다. 후 주석은 미국의 극진한 환대를 통해 높아진 중국의 국제위상을 한껏 뽐냈다. 그를 맞이한 워싱턴의 거리는 붉은색으로 넘쳐났다.
이는 양국의 국내정치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치러야 하고 후 주석은 2013년 주석직 승계를 앞두고 있다. 따라서 두 정상 모두 최대 외교현안인 미-중 관계를 자신의 임기 안에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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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과 경제회생,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외쳐 온 오바마 대통령은 이로써 재선 도전에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후 주석이 미국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미 정치인들에게 찬사를 받는 장면은 미국과 관계개선에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던 중국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감성: 영부인의 붉은 드레스 vs 뉴욕점령 中 광고= 후 주석의 방미기간 두 나라가 치열한 '소프트파워' 경쟁을 벌인 점도 눈에 띈다. 두 나라 모두 경제교류가 깊어지고 확대되면서 상대방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가운데)과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
중국 역시 미국인들의 중국 거부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중국은 자신들이 급부상해도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우고자 했다. 뉴욕의 대형 광고판에는 중국 국가홍보 영상이 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워싱턴 동물원에 10년간 임대한 판다의 임대기간을 5년 늘려준 것도 상징적 조치다.
후 주석이 워싱턴 외에 유일하게 방문한 도시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곳이 미 중서부의 경제중심이자 보잉의 본산이긴 하지만 후 주석 방문지로 다른 도시를 제치고 시카고를 낙점한 데에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치밀한 전략이 있다는 평가다.
◇인권: 美 의회 '냉대'…최대 아킬레스건= 남북한간 대화 재개를 이끌어낸 것은 외교안보 분야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과 후 주석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남북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의 미군을 재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이것이 후 주석을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21일 고위급 군사대화를 우리 측에 제안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그동안 경색 국면을 이어가던 남북관계에 대화재개의 물꼬를 튼 셈이다.
하지만 두 정상이 양국 사이의 첨예한 현안을 모두 풀지는 못했다. 중국의 인권에 대해 두 정상은 입장차를 확인했다. 특히 미 의회는 냉담했다.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공화당)은 후 주석에게 인권과 대북정책에 우려를 전달했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예 후 주석을 만나지 않았다.
워싱턴과 시카고 등 후 주석 방문지에서 티베트 독립과 중국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언론은 이번 방문을 '역사적'(신화통신)이라고 치켜세운 반면 후 주석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권'을 언급하는 장면을 중계하지 않고 편집하는 등 여전한 검열과 통제 분위기를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22일 미국과 중국을 두 개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에 비유, 두 정상이 '하모니'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앞으로 서로 다른 악보를 연주하며 다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국제전문가 스티븐 예이츠는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해 느낀 것과 실제로 이뤄진 일을 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북핵 관련 합의를 이룬) 미·중 정상회담을 회의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