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루이비통의 '손님 줄세우기'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11.01.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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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이 콧대가 안 높게 생겼습니까. 루이비통 본사 회장이 한국에 오니 삼성, 롯데, 신세계 등 주요 기업 오너들이 총출동하니 말이죠."
[기자수첩]루이비통의 '손님 줄세우기'


한 백화점 관계자에게 루이비통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루이비통은 사실 백화점 업계에서 '슈퍼 갑'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고가 수입 브랜드, 이른바 '명품'의 상징적인 이름이다.

삼성그룹의 '뉴파워'로 급부상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해 말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유치했다는 '승전보'를 알렸다. 루이비통이 공항면세점에 입점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이부진 사장과 마찬가지로 롯데 '오너가' 출신의 신영자 사장이 몸담고 있는 경쟁사 롯데면세점을 신라면세점이 제친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루이비통의 인천공항 입점은 세간의 '핫이슈'로 주목받았다.

후폭풍도 뜨겁다. 신라면세점의 루이비통을 '모시기' 위한 각종 '혜택'이 알려지면서 샤넬, 구찌 등 경쟁 명품 브랜드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불만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루이비통 유치전'에 실패한 롯데면세점은 급기야 소송까지 냈다.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신라면세점의 루이비통 입점 계약체결을 금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쯤 되면 '루이비통이 뭐기에'라는 탄식이 절로 나올 법하다. 이런 생각은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가보면 이어진다. 언젠가부터 루이비통 매장 앞에는 손님들이 매장밖에 길게 줄지어 서있다. 루이비통이 '고객 쇼핑 편의'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출입인원을 제한하면서 부터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흔히 보기 힘든 희한한 장면이다. 루이비통의 '줄 세우기'에 구찌, 프라다, 디올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똑같이 손님들을 줄 세워 기다리게 하고 있다. 오는 손님들을 줄까지 세워가며 물건을 팔면서도 반면, '사후관리'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명품 애프터서비스(A/S) 문제로 울화통이 터진 경험은 이제 흔한 얘기가 돼 버렸다.

정치에 '국민'이 있다면 기업에는 '소비자'가 있다. 모든 경영인들이 '소비자 우선'을 외친다. '소비자가 왕'인 시대다. 그런데 루이비통은 스스로가 마치 왕처럼 행세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루이비통은 한국 소비자를 두려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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