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시가'OST콘서트…1.5억+α의 경제학

머니투데이 김지연 엔터산업팀 기자 2011.01.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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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가든의 경제학 집중분석]

편집자주  시크릿 가든, 시청률 35.2% 신화. '주원 앓이', '라임 앓이'로 불리는 드라마팬들만의 얘기로 끝내버리기엔 빈 자리가 너무 크다.  시크릿가든이 남긴 건 아쉬움만이 아니다. 수많은 간접광고(PPL)와 협찬으로 꾸며진 이 작품은 수많은 제품들의 이미지를 대중의 머리와 마음에 심어놓았다. 세계적 문화코드인 '사랑'으로 전세계 10여개국으로 수출되는 이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남긴 경제적 가치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머니투데이 엔터산업팀에서 집중분석해본다.  

지난 15일 열린 '시크릿가든' OST 콘서트. 소파에 앉아 TV만 시청하던 '카우치 포테이토'들이 영하 10도를 웃도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돔아트홀로 하나둘 모여 들었다. 공짜도 아니고 최고 10만 원의 돈을 지불해야 함에도 드라마 남녀 주인공인 현빈, 하지원, 윤상현을 보겠다며 공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과연 OST콘서트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까.



우선 돔아트홀 좌석은 사석을 포함해 총 2055석이다. 제작사 쇼노트 측에 따르면 총 2000석이 판매됐으며, 가장 비싼 가격(9만9000원)에 팔린 객석 수는 약 1000석에 이른다. 물론 쇼노트 측은 정확한 판매 숫자를 밝히기 꺼려했으나 S석(7만7000원)과 A석(5만5000원)이 합쳐 약 800석 정도가 판매됐다. 200석 정도는 홍보 및 드라마 관계자들을 위해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S석과 A석이 약 절반씩 판매됐다고 가정하면 티켓 판매로 벌어들인 총 금액은 약 1억5180만원이다.



정량적 숫자를 보면 하룻밤 공연에 상당한 돈을 번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출연 가수들의 개런티와 온갖 무대 장비, 음반 관련 스태프들의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수익의 규모는 떼돈을 벌었을 것이란 세인의 예상을 뒤엎을 만큼 들인 공에 비해 터무니없이 작다.

그나마 OST를 부른 가수 백지영, 포맨 등이 거마비(교통비) 수준의 출연료만 받고 무대에 섰다는 점이 적자를 면케 했다. OST공연을 주최한 어치브그룹디엔 최재우 부장은 "OST를 부른 가수들이 거마비(교통비) 정도만을 받고 공연 무대에 섰다"며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줬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 공연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기존 가수들은 일반 행사에서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 원의 행사비를 받는다.

그럼에도 '시크릿가든' OST콘서트는 고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콘서트 장면이 드라마 최종회에 삽입될 것이라 알려지면서 기존 방송 촬영과 연계된 공연이 무료로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공연은 최고 10만 원의 입장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연 제작사 측이 방송에 삽입될 장면은 OST콘서트 전 400명의 팬들을 무료로 초대해 진짜 공연이 있기 전 촬영을 마칠 것이라 해명하면서 고가 논란은 일단락됐다.

팬심을 악용해 돈벌이에 나섰다는 비난까지 받았는데, 뚜껑을 열고 본 '시크릿가든'OST 콘서트는 그리 큰돈을 만지지 못했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시크릿가든' 제작사 화앤담픽처스 백혜주 기획이사는 "이번 콘서트의 목적은 드라마 콘서트라는 콘텐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였다"고 자평했다. 수익의 규모는 작았지만 국내에서 시도된 바 없는 드라마 OST콘서트라는 새로운 부가가치 사업을 창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간 수많은 드라마들이 히트했지만, 이를 연계한 사업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대박이 난 것으로 알려진 '겨울연가'도 가장 큰 돈을 만진 수혜자는 일본 방송사 NHK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이에 화앤담픽처스는 '시크릿가든' 기획 단계부터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부가사업까지 같이 준비했다. 백혜주 이사는 "이번 OST콘서트는 '시크릿가든'의 아시아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지는 무대였다"고 강조했다. 알고 보니 1000장이 팔린 가장 비싼 좌석 R석에서 357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포함돼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겨울연가'의 혜택을 한국이 아닌 일본 방송사들이 더 많이 봤다는 슬픈 현실을 타파하고자 OST콘서트를 기획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에 화앤담픽처스는 오는 2월 두 번째 시크릿가든OST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백혜주 이사는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잘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그간 성공하면 수익도 가져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시스템이었다. 두 번째 콘서트는 드라마의 아시아 진출 의미가 있다. 아시아 팬들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간 한류 팬들을 위한 드라마 연계 콘텐츠가 드라마 촬영장을 잠시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면 진일보한 방식을 통해 드라마의 생산성을 무한대로 확장했다. 때문에 상품이 아닌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가 된 것을 감안하면 '시크릿가든'OST 콘서트의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힘을 갖는다.

윤하림 화앤담픽처스 대표는 "한 동안 드라마 외주제작사에 투자하면 투자금이 엉뚱한데 쓰이고, 비즈니스도 잘 못한다는 인식이 많아 투자받는데 어려움이 컸다"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면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제작사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크릿가든이 보여 준 사상 첫 드라마 OST콘서트는 현대인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콘텐츠를 보다 좋게 만들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사상 첫 '시가'OST콘서트…1.5억+α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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