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침체…상업·업무용지는 1%도 안팔려
- 사옥매각 난항 공공기관 이전도 차질 우려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지방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다.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부산 △대구 △광주·전남 △울산 △강원 △전북 △경북 △충북 △경남 △제주 등 10곳(42개 공구)이 선정됐다. 이들 지역으로 각각 이전하는 수도권에 소재한 공공기관은 124개다.
2007년 10월부터 시작된 혁신도시 토지보상은 거의 끝났다. 혁신도시 10곳의 토지보상률은 지난해 12월 현재 99.2%. 광주돚전남과 제주의 토지보상은 완전히 끝났고 나머지 8곳도 마무리 단계다. 토지보상에 투입된 자금은 4조8300여억원에 달한다. 모든 공구의 부지조성 공사도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공사추진율은 55.6%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한나라당 허 천 의원, 민주당 유선호 의원)에 따르면 전국 9개 혁신도시의 유상공급 민간용지 분양률은 지난해 7월말 현재 전체의 8.4%였다. 그나마 단독주택(12.5%)과 공동주택(14.5%) 등 주거용지 분양률은 10%를 넘었지만 산·학·연 클러스터, 상업·업무 등의 용지는 분양률이 1%에도 못미쳤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방혁신도시 용지만 안팔리는 게 아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수도권 사옥 등 종전 부동산 처분도 쉽지 않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옮겨갈 공공기관 124곳 가운데 86개 기관의 107개 부지를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다. 혁신도시 이전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운데 지금까지 팔린 곳은 한국산업인력공단(서울 마포)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경기 고양) 국립수의과학검역원(경기 안양) 국립경찰대학(경기 용인) 등 12개 부지뿐이다.
특히 우정사업정보센터(서울 광진) 전파연구소(서울 용산) 한국교육개발원(서울 서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경기 분당) 등은 지난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공매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매각공고를 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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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국가 소속기관은 이전비용을 국가가 지급하지만 공기업은 종전 부지를 판 돈으로 이전할 곳의 땅값, 건축비 등을 충당해야 한다"며 "사옥이 팔리지 않으면 막대한 이전비용을 마련할 수 없는 만큼 지방 이전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만 덜렁 이전…도시 제기능 못할 수도
전문가들은 전국 10곳에 달하는 혁신도시 조성사업에 대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시를 개발했다가 공공기관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가 빈 땅으로 방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혁신도시는 지난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단기간에 강행한 정치적 과욕의 결과"라며 "더 늦기 전에 혁신도시의 목표와 개념을 재정립하고 다양한 개발방식을 도입해 민간의 참여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혁신도시의 땅값은 높은 수용가와 주변 인프라 비용부담으로 인근 산업단지보다 2∼6배 높다"며 "시행자의 자금난, 저조한 용지분양률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입주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등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