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재앙, '5% 성장' 발목 잡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1.01.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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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홍수 등 일상화된 기후변화, 경제 재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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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지방 기온 상승으로 북극을 둘러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느슨해지고 북극의 냉기가 남하하면서 유럽과 미주, 아시아 등 북반구 전역에 기록적 한파와 폭설을 야기하고 있다. 이 같은 '북극진동' 현상은 겨울 난방유 수요 급증으로 이어져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휘발유 가격이 17일까지 100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고, 한파로 전열기구 사용이 급증하며 전력 수요도 한계에 다다랐다.

#2. 남반구의 대표적 밀 경작지 호주에 50년만의 최악의 홍수가 덮쳤다. 브라질 등 남미 곡창지대 곳곳도 물난리로 몸살을 앓았다. 세계 3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120년만의 최악의 가뭄에 '밀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소맥 가격은 1월 평균 부셀당 7.87달러로 지난해 6월 평균가 대비 75% 급등했다. 대두 가격도 최근 30개월래 최고치인 부셀당 14.27달러를 경신했다.



#3.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에서는 강진이 발생했고, 최대 주석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폭우로 구리와 주석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세계 원료탄 공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호주 역시 최근 계속되는 폭우로 석탄 생산이 쉽지 않다. 반면 중국, 인도, 브라질, 터키, 멕시코 등 신흥국은 눈부신 성장세를 구가하며 원자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는 곧바로 원자재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상화된 기후변화, 경제 재앙 예고=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후들이 경제적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 기상 이변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공급충격을 발생시켜 실물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공급 충격은 일시적 요인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문제는 지구 온난화 등 인간이 초래한 자연재해가 '이변'이 아닌 정례화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의 양파 파동, 인도네시아 흉작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공급충격은 더 이상 자연재앙이 일시가 아닌 상시화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데도 정부는 기존 틀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무·배추 파동을 고온과 잦은 강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며 가을배추가 시장에 풀리면 해소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무·배추 가격은 12월에도 전년대비 170% 이상 급등, 정부의 상황 판단을 비웃었다.

◇일상화된 공급충격, 5% 성장 적신호=정부는 여전히 공급충격을 일시적 요인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올해 우리 경제가 5% 경제성장과 3% 물가안정을 달성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종합물가안정대책에서도 공공요금 동결 등 미시적 처방에만 초점을 맞춘 이유다.


하지만 기상이변이 정례화 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기상 이변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해외 자원에 의존하는 구조의 한국 경제에 공급충격이 정례화 될 경우 5% 성장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공급충격을 정책으로 통제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원자재 공급망 안정적 확보 등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위원 연구위원도 "최근 기상 이변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칸쿤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빈곤국 곡물생산 확대 등 전 세계 차원의 협업 구축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제기됐다. 온실가스배출 저감 노력은 물론 곡물·원자재 생산 등에 대한 전 세계적인 생산 및 수요 전략 구축 노력 등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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