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지적' 휘발유, 원가가 기가막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1.01.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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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유류세 50%에 마진 1% 내외… 3년전 유류세·관세 인하도 환원돼"

기름값이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 제기 이후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기름 값이 적정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이 없더라도 리터당 평균 1800원을 훌쩍 넘은 휘발유 가격은 이미 서민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가격체제 점검에 나선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정유사들의 담합여부를 조사하겠다고 '칼'을 빼 들었다. 정작 관련 업계에선 "정부도 '묘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유류세를 낮추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기름 값을 크게 인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류세, 휘발유 단가의 50%"= 17일 한국석유공사,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류세로, 전체의 50%에 이른다. 유류세가 높은 것은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4가지 세액이 포함되서다. 여기에 주유소 마진과 유류 유통비용 등이 6%가량 추가된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세전 휘발유 가격은 총 휘발유 단가의 44% 수준이다. 지난 연말 휘발유가 리터당 1804원이었을 때를 기준으로 보면 유류세가 900.1원이었고, 정유사 세전 공급가가 796.1원이었다. 주유소 유통비용은 108.1원이었다. 당시 1602원이었던 경유는 유류세 41%(653.3원) 세전 공급가 52%(832.3원) 주유소 유통비용 7%(116원) 등의 구조를 보였다.



'MB 지적' 휘발유, 원가가 기가막혀?


유가를 결정하는 세 가지 요인 가운데 주유소 유통비용은 현실적으로 내리기가 쉽지 않다. 우선 전국 1만3000곳 이상의 업체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이미 업계에선 '출혈경쟁' 논란도 있는 터다.

결국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을 조정하거나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정작 정유사의 가격인하 가능성에 대해 업계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유가를 언급한 이후 정유사들의 주가가 하락하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정유사들에게 유가인하를 강제할 수 없고, 내린다 해도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사들이 국내 휘발유 판매 등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의외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S-OIL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실적(매출액, 영업이익 순)을 보면 △정유 16조4561억원, 1574억원 △윤활 1조6859억원, 2311억원 △석유화학 2조5866억원, 290억원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영업이익률이 2.0%인데, 그나마 정제부문은 1.0%에 불과했다. 정유사들이 마진을 포기하고 휘발유를 공급해도 공급가의 1%가 마지노선이다.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2000원으로 쳐도 20원을 낮추는 효과 밖에 없는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제품을 해외에 수출해 벌어들이는 이익이 크다"며 "S-OIL의 경우 국내최고의 중질유 분해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고, 대부분 이익이 여기서 나온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높지 않은데, 소비자 가격은 왜?= 국내 휘발유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석유공사 등이 집계한 휘발유 세전 소비자 가격(12월20일)을 보면 한국은 876원으로 OECD 평균(889원)보다 13원 낮았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1007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 935원 △스페인 918원 △네덜란드 901원 △프랑스 871원 △미국 821원 등의 순이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과 함께 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 7월 때와 비교해 기름값이 너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7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31.3달러였고, 지난해 12월 두바이유 가격은 이보다 32.2% 낮은 89달러였다. 그런데도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당시(리터당 1922.6원)보다 8% 가량 낮은데 불과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08년 7월 정부의 긴급조치로 리터당 82원의 유류세 인하가 있었고, 원유관세 1%가 적용됐다"며 "현재는 유류세가 원래대로 환원됐고 관세도 1%에서 3%로 인상됐다"고 말했다. 유류세와 관세에서 리터당 93원이 올랐다는 것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오르면서 원유 수입가격 상승이 있었다는 게 정유업계의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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