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만기예금' 고민되네···인출vs 재예치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1.01.1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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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5000만원 예금하시면 예금보호 한도가 5000만원이어서 나중에 혹시나 잘못되면 이자는 못 받으세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17일 오후 1시쯤 서울시 중구에 소재한 A저축은행 행원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고객을 맞아 열심히 설명중이다. 할아버지가 예금자보호한도에 대해 묻지도 않았는데 5000만원 한도를 강조했다. 할아버지는 3개월 동안 잠깐 예치하는 건데 이자는 괜찮다며 5000만원 전액 예금해달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에 비치된 TV에는 삼화저축은행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를 보면서 청원경찰과 순번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다시 예금자보호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청원경찰은 "저축은행마다 5000만원까지는 보호된다"며 고객들을 안심시킨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저축은행들이 다 괜찮다고 하죠. 하지만 제가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나요. 고객들이 판단할 문제죠."라며 여운을 남겼다.



행원도 청원경찰도 5000만원 이상의 예금에 대한 책임은 예금자 몫이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월은 저축은행들마다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오는 달이어서 연일 만기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A저축은행의 경우 만기금을 다시 재예치하는 경우는 절반에 그친다고 밝혔다.

이 저축은행의 행원은 "좀 더 높은 이자를 받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CMA(종합자산관리계좌)통장 등에 1~3개월 동안 넣을 생각으로 만기금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B저축은행은 만기정기예금 고객을 잡기 위해 0.1%포인트 우대금리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B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은 4.4%지만 만기된 정기예금을 재예치하는 경우에는 4.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소식에 삼화저축은행 예금자뿐만 아니라 전국 105개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총자산 1조4000억원 이상인 업계 21위의 삼화저축은행은 지난 14일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에 삼화저축은행의 지난해말 기준 5000만원 초과 예금자 1500명이 총 300억원에 달하는 예금에 대해 받기 어렵게 되자 다른 저축은행을 거래하는 예금자들도 불안한 마음이 생긴 것.

실제로 어렵다고 지목된 일부 지방 저축은행들은 지난 14일 인출 금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금 인출 사태는 없지만 예금자보호 관련 문의는 대형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평소보다 부쩍 늘기도 했다. 특히 만기 예금자의 고민이 커졌다.

대형사인 C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주말 삼화저축은행을 같이 거래하고 있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수십건 걸려왔다"면서 "주로 예금보호가 어떻게 되는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사 D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사 형편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며 "매일매일 만기가 돌아오는데, 만기를 연장할지 예금을 인출할지 대해 고객들이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독자인 기명자(가명) 씨는 "아들 명의로 5000만원 넘게 S저축은행에 예금해 놨는데 안전한지 궁금하다"고 전화문의를 해왔다. 안전하지 않은 저축은행이라면 1개월 후 만기인데, 지금이라도 분산해 놓아야 원금이라도 찾지 않을까라는 불안한 생각에서다.

우량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처럼 5000만원 이상 예금을 해도 안전하다. 하지만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일부 사람들은 잘못된 소문까지 받아들이며 저축은행의 펀더멘털을 보기보다 일단 5000만원 이하로 분산시켜 놓으려는 분위기다.

한편 최근 기준금리 인상도 '만기' 월을 맞은 저축은행 업계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동안 고금리 때문에 저축은행을 찾았던 사람들이 지난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일부 갈아타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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