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정전이 아니었다. 전기 절약을 위해 며칠 전부터 청사 안팎의 주요 등을 껐기 때문이다. 한 지경부 관계자는 "너무 어두워 라이터를 켜고 내려오다 중심을 잃어 넘어질 뻔 했다는 말도 들었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사무실 곳곳에 놓고 쓰던 개인용 난로도 이제 쓸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앞으로 일과 시간 중에 공무원들의 개인 전열기 사용을 금지해서다. 사무실 온도는 앞으로 18도에 맞춰질 예정이다.
실제 겨울철 난방 수요가 급증한 탓에 지난 10일 최대 전력수요가 사상 최고치(7184kW)를 기록했다. 정부는 앞으로 최대 전력수요가 7250kW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공공부문 에너지 위기단계별 조치계획. 정부 부처, 지자체, 산하기관, 공기업 등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된다.(자료: 지식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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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위기 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에 따라 준비된 조치도 시행된다. 단계별 주요 조치사항은 △관심단계: 피크시간대 난방기 1시간씩 사용금지, 개별 냉난방기 사용금지 △주의단계: 기념탑, 분수대, 교량 등 공공 시설물 경관조명 소등 △경계단계: 승용차 2부제(홀짝제) 도입, 실내조명 조도를 40%이상 하향조정 △심각단계: 직원 자가차량 운행 금지, 문화체육시설 운영시간 10% 단축 등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공무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공무원이 동네북이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조류독감 파문 때는 닭고기 소비에 앞장섰고, 구제역이 한창 일 때는 육류 먹기에 나섰는데, 이제는 추위를 강요받게 됐다는 얘기다.
한 사무관은 "공무원이란 이유만으로 정부로부터 희생을 강요받는 부문이 많은 게 사실이다"면서도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입장 인 만큼 앞으로 추위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나름의 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각 기관의 에너지 절약 준수 실태를 불시에 점검할 계획이다. 또 정부청사 입주기관 에너지 사용도를 공개해 에너지 절약 실천을 강력히 유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