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와치]경기에서 물가로

더벨 한희연 기자 2011.01.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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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이 기사는 01월13일(18:4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중수 총재는 앞선 두 차례 금리 인상에서, 묻기 전에 먼저 인상의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은 묻지도 않았는데 모두발언에서 먼저 '이유'를 꺼냈다. 너무나 분명한 이유였기 때문일까.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재는 수도 없이 '물가'를 언급했다.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를 언급하는 것이야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지난해 7월과 11월에는 인상을 하고도 물가보다 대외불안을 더 부각시키지 않았던가.



넉 달 새 3%를 웃도는 소비자물가 오름세, 2년 만에 최대 폭 상승한 생산자 물가, 언제 끝날 줄 모르는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불쏘시개인 수요의 확대. 한국은행이 위기감을 느낄 만 하다.

통화정책방향 성명서는 '확고'했다. '통화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한다'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경기 우선에서 물가 우선으로 통화정책의 스탠스를 바꾼 공식적인 선언이라고 해석해도 될 듯 싶다.

"‘확고히’ 라는 표현이 지난 주일에 물론 발표가 되었고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표현이 이번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지난 주일에 나타낸 것은 일단 올해 1년 동안 운용하는 과정에서 물가안정에 대해서, 금통위 입장에서는 매우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파악하겠다 하는 원칙적인, 원론적인 의미에서 말씀을 드린 것이고 이번 오늘 저희가 스테이트먼트, 의결문에서 이것을 받은 것은 같은 맥락에서 여러분들한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는 의미에서 이렇게 들어갔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앞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지난해 7월과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총재는'시장에 충격을 주진 않겠다',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완화적이다'라며 인상효과를 오히려 무마하려고 노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진해서 '물가가 매우 높은 우선순위'이고 '같은 맥락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7, 11월과 올해 1월 나타난 금통위의 태도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11월과 1월 사이 정부는 대대적으로 '서민물가안정대책'을 들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1월 금통위가 열린 13일에는 기획재정부 등 9개 부처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성장'에 무게를 두던 정부가 연말이 되어 '물가안정'으로 정책의 주안점을 수정하자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주저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인상하면서 정부정책과 발걸음을 같이 한다는 모양새도 갖추게 됐다.

말로만 물가안정이 본연의 목표라고 했던 데서, 이를 행동으로 옮겨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상황이 바로 올해 1월이었던 셈이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에 비해 0.10%포인트, 5년 만기 국고채는 0.07%포인트 올랐다.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0.18%포인트 올랐다. 지난 11월 기준금리 인상 때 채권금리가 오히려 하락했던 점과 비교된다. 한은이 물가안정의 본연의 목표를 수행해도'정부의 협력'이 있어야만 겨우 반응하는 시장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이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을 시장은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다. 지난해 공조와 올해의 공조는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말이 진심이어도 행동이 따라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장은 안다. 물가를 잡고 싶은 진정성이야 의심하지 않지만 행동은 조건이 갖춰져야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한국은행은 특히 그러했다고 시장은 느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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