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먹을거리는 물론 고무장갑이나 비누, 화장지 등 생활필수품들도 가격 상승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더구나 가공식품의 진정한 가격 상승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설 이후 생필품 가격 더 오를수도〓고무장갑은 원자재인 라텍스 국제 시세가 지난해 연간 50% 이상 치솟으며 가격이 올랐다. 마미손에 따르면 `마미손 패스 중형 고무장갑' 출고가격은 이전까지 1243원(부가세 포함)이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592원으로 28% 정도 올랐다.
반면 두루마리 화장지와 미용티슈, 기저귀, 생리대 등은 지난해 이미 한차례 가격을 올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지난해 생리대 5%, 기저귀 6%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려 현재로선 가격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원가절감 노력에 집중하고 있지만 원자재 값이 많이 올라 경영압박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과 등 가격 인상될 식품 아직도 많아〓최근 한 달 사이 음료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설탕, 두부, 당면, 마요네즈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제과 및 빙과, 밀가루, 라면 등 오를 가능성이 큰 품목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우선 12월 말 설탕가격이 올랐지만 제과 및 빙과업체들의 가격인상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지난해 하절기 경쟁사들이 바 제품가격을 7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릴 때 가격을 동결했던 빙그레 조차 최근 일부 품목의 가격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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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업계 역시 설탕가격이 오른 만큼 설탕 비중이 높은 캔디를 비롯해 카카오 비중이 높은 초콜릿, 초코파이 등의 가격인상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국제 팜유 가격도 2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스낵류 및 라면제품의 원가부담을 높이고 있다. 특히, 라면업체들은 지난해 초 가격을 소폭 인하한 후 팜유와 스프 원료비가 높아져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다.
이에 따라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라면 가격인상은 자연적인 수순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제 밀 값은 1년 새 70~80%가 올랐다. 제분업계는 이미 지난달부터 고가에 구입한 밀을 들여와 밀가루로 가공하고 있어 설 전후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쇠고기·돼지고기 도매가가 오르고 있으나, 대형마트에선 비축분을 미리 확보해 아직까지 소매가격에 반영시키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구제역이 더 이어지면 도매가가 폭등, 소매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원가부담 요인이 있다는 것은 업계도 정부도 아는데 최대 명절을 앞두고 물가가 오를 것을 우려해 업체들도 `인내'하고 있는 시기"라며 "정부가 내놓을 물가안정 대책을 지켜봐야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