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경쟁 공정위? 물가관리 선언 '비판고조'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1.01.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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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압력 가중 우려, 과잉충성으로 본연의 임무 소홀 비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관리에 대한 의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금리·환율정책을 묶어놓은 상태에서 공정위가 직접 물가관리에 나서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관리에 역량을 집중함에 따라 본연의 업무인 시장경쟁 촉진에 소홀해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환율은 묶고 가격통제?=경제개혁연대는 7일 공정위의 인사·조직 혁신안 발표와 관련, 논평을 내고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1970년대 식의 물가관리기구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라며 "가격통제는 시장질서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 잠식해 더 큰 비용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인사·조직혁신안을 발표하고, 공정위 내에 물가관리 태스크포스('가격불안품목 감시·대응 T/F')를 신설하는 등 물가관리기구로의 변신을 공식화했다.

김홍길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금리·환율정책 등 거시정책 수단을 기본으로 하되 선별적인 미시정책으로 보완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부가 5% 성장을 위해 금리·환율정책은 묶어놓은 상태에서 공정위를 동원해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인플레 압력을 잠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출신 인사도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05∼2006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허선 법무법인 화우 선임컨설턴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위의 정책방향이 너무 엉뚱해서 큰 일"이라며 "길게 보면 명백히 재앙일 것이 분명한 것을 그냥 놔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허 컨설턴트는 "새로 임명된 공정위원장의 말에 경쟁이라는 말도, 경쟁을 강화해 시장경제가 잘 작동해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안정된다는 경쟁정책의 기본 가치는 인정되지 못하고, 시장 경쟁이 확보된 이후의 정책 단계인 상생, 부수적 효과인 물가안정이 제일 먼저 나오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쟁정책은 후순위? 본말전도 우려=김 위원장이 '동반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과제에 집중하고, 일상적인 공정위 업무는 부위원장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공정위가 고유의 업무보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집중하는 왜곡된 구조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공정위의 고유 업무를 내팽개치고 대통령의 관심사인 물가관리만을 챙기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과잉충성"이라며 "대통령이 지시하고, 장관이 다그치고, 관료가 충성 경쟁하는 왜곡된 구조 하에서 과연 경제정책의 조화와 신뢰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 컨설턴트도 "한국 공정위의 끝없는 퇴행이 걱정"이라며 "새 위원장은 역사 앞에서 겸손하게 공부를 많이 해야만 자기직분을 잘 수행하고 퇴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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